조국 딸 '논문 1저자' 논란… 고려대 "중대 하자 있다면 입학취소"
논문 실적 고려대 입학 때 활용 / 의협, 논문지도자 윤리위 회부 / 단국대, 22일 ‘부정 여부’ 논의 / 조국 측 “부정입학은 가짜뉴스” / 생기부에 ‘단국대 프로그램’ 적시 / 자소서에 인턴십 성과·논문 언급 / ‘1저자’ 논란 ‘부정입학’ 의혹으로 / 입시자료 모두 폐기돼 조사 한계 / “제1저자 등재는 책임저자의 권한 / 부모 책임 묻기는 어려워” 주장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고교생 신분으로 국제적 수준의 의학 영어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인 조모(28)씨가 입학 과정에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해당 논문을 언급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씨 자소서에 논문이 언급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파악했느냐’는 질문에 “본인(조씨)에게 들어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준비단을 통해 직접 자소서에 논문 언급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 논문은 2008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의 장영표 교수가 책임저자로 제출한 것이다. 당시 조씨는 한영외고 2학년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장 교수 아래서 2주가량 일했다. 조씨 자소서에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십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다만, “본인(조씨)이 논문의 1저자라는 내용은 적지 않았다”는 게 준비단 설명이다.
조씨가 논문 실적을 고려대 입학 당시 활용했는지는 ‘부정입학’ 여부를 가르는 핵심 포인트다. 입시전문가들은 “논문이 고려대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씨는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될 만큼 논문 기여도가 있었는지와 자신의 소속이 논문에 허위로 기재된 것과 관련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논문에 소속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라고 적었지만 본지 확인 결과 그는 연구소에 어떤 형태로도 등록된 적이 없었다.
단국대는 22일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조씨 소속이 ‘단국대 의과학연구소’로 기재된 것이 ‘부당한 저자 표시’에 해당하는지 등을 포함해 논문의 부정 여부를 논의한다.
최대집 의사협회장. 연합뉴스 |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논문을 부정연구로 판단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논문에 중대한 위반사항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조씨의 의학논문을 지도한 장 교수를 협회 산하 중앙윤리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영외고로 표기해야 하는데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소속으로 표기한 것은 명백한 위조”라며 “그리 표기하려면 연구소 소속 연구원이거나 직원이어야 하는데 둘 다 아니다”고 지적했다.
2009년 조씨의 공주대 인턴십 활동에 대한 조사도 시작됐다. 공주대 측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조씨를 인턴십에 참여시켰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공주대 김모 교수가 진행한 3주간 인턴십에 참여한 뒤 국제학술대회까지 동행했다. 서울대 동문인 김 교수와 조씨 모친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인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은 깊어졌다. 조씨는 공주대 인턴 경력도 자소서에 적었다.
조 후보자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딸이 등재 논문 덕분에 대학 또는 대학원에 부정입학을 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가 가족 관련 의혹에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비단도 해명자료를 내고 “조씨의 고려대 입시와 관련해 논문(단국대 의과학연구소)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거나 논문 원문을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준비단은 조씨의 생기부에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단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에 참여했다고 적혀 있으나 논문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합리적인 의혹 제기도 있으나 일부 언론은 사실과 전혀 다르게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며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한 설과 가능성은 모두 검증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 현대빌딩 앞에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에게 불거진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
◆“합격 지대한 영향”… ‘부정연구’ 판정 땐 입학취소 가능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고교생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이 ‘대학 부정입학’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조씨의 논문이 ‘부당한 저자 표시’로 판정될 경우 조씨의 2010학년도 고려대 입학도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씨는 2008년 한영외고 재학 당시 고교 자체 프로그램인 ‘학부형 인턴십’에 참여해 한영외고 학부모인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 장영표 교수 밑에서 2주가량 일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장 교수가 책임저자로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씨는 고려대 입학과정에서 해당 경력 및 논문을 언급했다. 21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따르면 조씨는 고려대에 제출한 생활기록부 교외체험학습상황 항목에 ‘단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을 적시했고,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내용을 적었다.
입학취소 판정의 관건은 조씨의 논문 1저자 등재 등 비교과 활동이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다.
입시전문가들은 “논문이 고려대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조씨가 지원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2010학년도 당시 1단계에서 서류평가 점수가 60%이며, 2단계에서 1단계 성적이 70% 반영된다”며 “해당 논문이 자소서에 언급된 이상 1·2단계 모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씨의 사례를 보면 당시 정보가 빨랐던 학부모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며 “지인을 이용해 자녀 인턴십을 만들고 논문 공저자로 끼워 넣는 것이 당시 앞서가던 학부모들 사이 횡행했던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한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씨의 부정입학과 관련해 이날 생활기록부 허위 기재 논란도 추가됐다. 단국대 의대에서는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서다. 단국대 관계자는 “조씨가 생활기록부에 ‘소아청소년교실’이라고 썼으면 단순히 교외체험학습 장소를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소아청소년과학교실’은 학교 측에서 정식 프로그램 과정으로 오해할 수 있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명칭을 헷갈린 조씨의 단순 실수일 수 있으나, 고려대 측에서는 생활기록부를 보고 조씨가 단국대 의대에서 운영하는 정식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으로 해석해 조씨 합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씨가 제출한 입시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은 한계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논문 원본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려대도 규정에 따라 5년이 지난 자료는 모두 폐기된 상태라고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논문을 제출했다면 그것을 근거로 면접에서 물어보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데 자소서 언급만으로는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하자가 있는 논문인데 입학시키는데 영향을 줬다면 취소가 되겠지만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설명자료를 내고 “당사자(조 후보자 딸)가 학교 규정상 ‘입학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 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절차를 거쳐 입학취소 처리가 될 수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씨의 논문에 대한 판단은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에 달렸다.
조씨가 이름을 올린 논문은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 내용이나 결과에 공헌·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에 저자로 표시할 때 ‘부당한 저자 표시’가 된다. 현행 법령상 연구부정행위 중 하나로 규정돼 있다. 교육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보면 대학이 연구부정으로 판단하면 교육부는 연구부정 행위자에 대한 징계 요구, 사업비 지급 중지 및 환수,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 제외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21일 오후 경남 양산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건물. 이 학교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재학 중이다. 연합뉴스 |
교육계 안팎에서는 논문을 부정연구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한의학회는 22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조씨 논문에 대해 논의한다. 대한의학회는 의학연구 분야의 최고기구로, 대한외과학회·내과학회 등 의학 관련 186개 학회와 의학연구를 관장하는 기구다.
조씨 논문이 제출된 당시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을 지낸 서정욱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고등학생이었던 제1저자(조씨)는 저자로 등재되는 것이 무슨 의미인 줄도 모른 채 선물을 받은 것이고, 그 아버지(조 후보자)도 비슷한 수준의 판단을 했던 것 같다”며 해당 논문의 철회를 주장했다.
반면, 논문 1저자 등재는 책임 저자의 권한이며, 조씨나 조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1저자를 정하는 것은 책임저자의 몫이자 책임”이라며 “기여도 이상으로 좋게 평가해 (조씨에게) 1저자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문의 연구부정 판단은 단국대에서, 그로 인한 입학취소는 고려대에서 관장하는 일”이라며 “정부는 단국대 측 연구부정 판단 과정, 고려대 측 대응 과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을 때만 관리·감독권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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