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막혀 위급상황 12살 日어린이 생명 구한 대한항공 승무원들
대한항공 운영 여객기.(대한항공 제공)
18일 서울 김포공항을 떠나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739편 보잉 777-200 항공기 기내에서 오후 5시50분경 비명 소리가 퍼졌다. 기내 중간 좌석에 앉은 일본인 어린이 승객 A 양(12)이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목을 부여잡자 옆에 앉은 부모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기내 앞쪽에서 착륙 준비를 하던 이창현 사무장(37·사진)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리를 듣고 비상 상황을 직감한 뒤 기내 중간으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은진(27)·하승이(21) 승무원이 A 양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미 기도가 막힌 상태에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양팔로 환자를 뒤에서 안는 것처럼 잡고 배꼽과 명치 중간 사이의 공간을 주먹으로 세게 밀어 올리는 응급조치인 ‘하임리히법’을 시행했다.
그럼에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 사무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 양은 이미 얼굴에 핏기를 잃고 바닥에 주저 않은 상태였다. 이 사무장은 “A 양의 어머니는 최악의 상황을 예감했는지 기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아버지는 A 양의 뺨을 때리면서 ‘죽으면 안 된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이 사무장은 “응급처치가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A 양을 번쩍 들어 올려 하임리히법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 사무장이 팔에 피멍이 들 정도로 힘주어 2분여 동안 30여 차례 응급조치를 시행해도 A양의 혈색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다른 응급처치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A 양의 복부를 세게 밀어 올리는 순간 ‘꾸르륵’하는 소리가 났다. 이 사무장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소리가 나고서야 주변 상황이 시야에 들어왔다”면서 “저를 비롯해 직원들이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았던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 대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A 양의 기도를 막은 것은 빠진 어금니 유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A 양을 안정시킨 승무원들은 착륙 준비를 하며 휠체어를 마련하고 간사이공항에는 응급차 대기를 요청했다. 오후 6시23분 착륙 후 A 양은 부축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 나왔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이상이 없다는 의사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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