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주도 단체 대표 괴한에 피습...‘백색테러’ 의혹
홍콩에 교대 주둔할 중국 인민해방군을 태운 군용차량들이 29일 새벽 중국 본토 선전의 황강항을 지나 홍콩으로 향하고 있다. 31일 대규모 송환법 반대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홍콩 경찰은 모든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할 것으로 알려져 시위대와의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신화연합뉴스
[서울경제]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오는 31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의 대표가 괴한에 피습돼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무렵 홍콩 조단 지역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복면을 쓴 괴한 2명의 습격을 받았다.
다행히 곁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막아선 덕분에 부상은 면했으나, 이 동료는 왼쪽 팔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지역을 수색했지만 범인들을 체포하지는 못했다.
샴 대표를 습격한 괴한 2명은 중국인은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이 친중파 진영의 사주를 받은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샴 대표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반대해 집회를 개최한 친중파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조단 지역에 왔다고 SCMP는 전했다.
한편 홍콩 경찰이 주말 대규모 시위를 불허해 시위대와 경찰의 더 큰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오후 3시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이달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단체다.
특히 오는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상징적인 날인 만큼,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에 합의했으나,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31일 시위에서는 차터가든 집회 후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홍콩 경찰은 집회 불허 통지서에서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집회와 행진이 시위대, 경찰, 기자, 시민 등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 경우가 22번에 달하며, 이 가운데 7번은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31일 집회와 행진은 정부청사, 대법원, 경찰본부, 중련판 등의 건물과 가까워 위험이 매우 크다”며 “시위대 중 일부가 행진 경로에서 벗어나 이들 건물을 향해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는 “경찰의 시위 금지 조치는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캐리 람 정부는 홍콩을 심연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18일 시위에서도 경찰은 도심 행진은 불허했지만, 빅토리아 공원 집회는 허용했다.
SCMP는 “31일 시위의 상징적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날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더 큰 혼란과 소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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