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총격으로 시위 격화…평일에도 법원 앞 1000여명 모여 규탄ㆍ시민들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총 맞은 학생은 회복 중총 맞은 학생 학교 친구들 ‘연좌시위’ 홍콩 췬완 지역 호췬위 중등학교 졸업생들이 2일 학교 앞에서 경찰이 시위 진압 도중 실탄을 사용한 것에 항의하는 그림을 들고 연좌시위를 하고 있다. 호췬위 중등학교는 지난 1일 반중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도중 경찰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18세 남학생 창쯔킨이 재학 중인 학교다. 홍콩 | 로이터연합뉴스‘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로 촉발돼 17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2일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맞춰 열린 홍콩 시민들의 ‘애도 시위’에 참가한 18세 학생 창쯔킨(曾志健)이 경찰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으면서 분노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는 경찰의 총격을 ‘피의 빚’이라고 칭하며 “반드시 갚겠다”고 말했다. 평일임에도 이날 홍콩 시내 곳곳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명보, 성도일보, 홍콩01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창쯔킨은 전날 퀸엘리자베스병원에서 4시간에 걸친 탄환 적출 수술을 받고 안정을 회복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진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심장을 겨우 비켜갔다”고 전했다. 신문이 공개한 피해자의 흉부 엑스(X)선 사진을 보면, 왼쪽 폐 부위 두 곳에 총알 파편이 박혀 있다.
여론은 들끓었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시위 참여자가 경찰 실탄에 맞은 것은 처음이다. 홍콩 경찰은 “사전에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합법적인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은 사전 경고 없이 창쯔킨의 가슴을 겨냥해 총을 발사했다. 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의 총격을 반드시 되갚겠다고 했다. 2014년 ‘우산혁명’을 이끈 청년 지도자 조슈아 웡(黃誌鋒)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자신의
SNS에 당시 현장 동영상을 올리고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민주 진영 의원 24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근거리에서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공격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다보니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지난달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한 이후 다소 주춤하던 시위가 총격사건을 계기로 다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8월에는 시위 참여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하자 분노한 시위대가 이틀간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해 ‘항공대란’이 일어났다.
실제 평일임에도 경찰의 대응을 비난하는 시위가 이날 곳곳에서 벌어졌다. 1000여명의 시민들이 웨스트까우룽 법원 앞에 모여 경찰의 실탄 사격에 반대하며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고 외쳤다. 센트럴 채터로드에서는 최소 수백명의 시민들이 경찰 규탄 시위를 벌였다. 창쯔킨이 다니는 췬완 지역의 호췬위 중등학교 재학생과 시민 400여명은 이날 오전 학교 앞에서 검은 옷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성명에서 “10월1일은 정권이 실탄으로 학생을 제압하고 홍콩인들을 철저히 적으로 선언한 날”이라며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그간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 중 가장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시위 사태 격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체포된 사람은 180명 이상으로, 지난달 29일 시위 때 146명을 훌쩍 넘어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최다 체포를 기록했다. 부상자도 74명에 달했고, 경찰은 총 6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어 강 대 강 충돌이 우려된다.
국제사회 비난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
EEAS)의 마야 코치얀치치 대변인은 “집회의 권리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CNN은 “홍콩 한 경찰의 행동이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절 기념 행사에 몰릴 관심을 가로챘다”며 “시위대는 행사를 망치기 위해 나섰고, 성공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