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유발 불륜극 ‘부부의 세계’, 드라마 시장 평정했다
JTBC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불륜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JTBC ‘부부의 세계’가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봄을 맞아 잇달아 선보인 멜로드라마가 저조한 기록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부부의 세계’ 4부는 전국 시청률 14.0%, 수도권 15.8%(이상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전국 6.3%, 수도권 6.8%로 역대 JTBC 드라마의 첫 방송분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매 방송마다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부부의 세계’는 첫 주 단 두 번의 방송만으로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방송 프로그램 소비자들의 온라인 반응을 종합해 집계한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순위에서 단번에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비드라마 부문까지 아우른 종합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화제성 지수(3월 23~29일)에서도 ‘부부의 세계’는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전체 드라마 부문 1위, 드라마와 비드라마를 합친 방송 종합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뉴스 기사 수와 댓글 수, 블로그와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수, 동영상 조회 수도 1위다.
봄을 맞아 최근 방송을 시작한 멜로극들인 tvN 월화극 ‘반의반’, KBS 2TV 수목극 ‘어서와’가 1%대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 지난 2일 방송한 ‘어서와’ 7부와 8부 시청률은 각각 1.5%, 1.7%였다. 전주 대비 0.1%포인트씩 하락한 수치다. 또 지난달 25일 첫 방송에서 3.6%-2.8%를 기록한 ‘어서와’는 이튿날 방송된 3, 4회에서 각각 1.6%, 1.8%를 기록했다.
시청률 수치만 보면 두 드라마는 사실상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의반’은 청춘 스타 정해인이 주연을 맡았고, ‘어서와’는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출신의 김명수가 주인공 배역으로 등장한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2015~2017년 방영, 국내에선 KBS에서 2016~2018년 방영)를 한국적 상황으로 재해석한 ‘부부의 세계’는 원작 못지 않은 탄탄한 구성과 밀도 높은 연출, 주연배우 김희애의 뛰어난 연기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드라마는 3부까지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병원 부원장인 지선우(김희애)가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 사실을 알아 차린 데 이어 주변 친구들까지 이를 알고도 숨겼다는 걸 깨닫고 분노와 충격에 휩싸이는 과정을 다뤘다. 4부부터는 자신을 속인 남편과 주변 친구들에 대한 지선우의 복수가 시작돼 향후 전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JTBC '부부의 세계'. JTBC 제공
원작의 설정을 대체로 충실히 따라가는 이 드라마는 단순히 배우자의 불륜과 이로 인한 부부 간의 갈등을 그리기보다 인물들 간의 심리적 긴장에 초점을 맞춰 마치 범죄 스릴러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불륜을 다루면서도 여타 ‘막장 드라마’와 차별점을 두는 지점은 억지스러운 설정과 극적인 과장을 줄이고 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연출이다.
2년간 치밀하게 아내를 속여온 이태오가 지선우의 병원 동료에게 “내가 미치겠는 건 둘 다 사랑한다는 거야” “이해 안 되지. 겪어 보기 전엔 몰라. 둘에게 진심이라고”라면서 자신의 외도를 정당화하는 장면이나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어. 바람 피는 남자와 들키는 남자"라는 이태오의 친구 손제혁(김영민)의 대사, “본능은 남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지선우의 반격 등 공감과 분노를 유도하는 대사와 설정도 몰입감을 높인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으나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가 기만과 거짓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다는 것을 천천히 알아가게 되는 중년 여성의 심리를 표현하는 주연배우 김희애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많다. 제작진에 따르면 찰스 해리슨 BBC 스튜디오 프로듀서는 “이 작품의 성공은 김희애를 캐스팅한 것에 있는 듯하다”며 “자신의 세계가 거짓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 한 여성의 모습을 아주 세심하게 그려내면서 냉정함과 온화함의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압권”이라고 호평했다.
김희애는 제작진을 통해 “여러 가지 진폭이 큰 감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배우로서 큰 과제였지만, 그게 도전이자 즐거움”이라며 “지선우가 가진 모든 감정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통된 감정이기 때문에 무섭고 이해가 안 가다가도, 연민이 가고 동정이 가게 된다. 시청자분들도 처음에는 물음표였을 수 있으나 어느 순간 강한 느낌표가 되어 지선우를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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