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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으니 소풍가지 말고 쉬어"는 배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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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초등학교 ‘도움반’에 다니고 있는 신지은양(11·가명)은 최근 학교에서 진행한 1박2일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못했다. 지은양은 휠체어가 필요한 지체·지적 중복장애 1급 장애인이다. 담임교사는 지은양의 부모에게 “아이가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며 에둘러 불참할 것을 요구했다. 지은양의 어머니는 “보조교사가 휠체어만 밀어주면 큰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다. 친구들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지만 담임은 “아이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을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보내고 싶으면 체험학습 기간 동안 24시간 붙어서 지은이를 돌볼 수 있는 장애인활동보조인을 따로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불가능한 요구였다. 지은양의 어머니는 “소풍은 내가 하루 회사를 쉬고 따라갈 수 있었는데, 1박2일 체험학습은 학부모가 같이 갈 수 없다고 해서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험학습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자신의 장애 때문에 배제됐다는 생각을 가질까봐 그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최민준군(16·가명)은 일반초등학교를 다니다 특수학교 중학교에 진학했다. 올해로 특수학교에 다닌 지 4년이 됐다. 민준군은 이곳에서 단 한 번도 소풍이나 1박2일 체험학습을 가지 못했다. 사정은 민준군과 같은 특수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을 가기 위해서는 재학생 또는 학부모의 70% 동의(국외는 90% 동의시)가 필요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 학급에 30명인 일반학교에서는 ‘70% 동의’를 쉽게 채울 수 있지만 한 반에 4~6명이 수용되는 특수학교에서는 재적학생의 70% 찬성을 얻기란 쉽지 않다. 한 반에 한두 명이라도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불참의사를 밝히면 전체가 갈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민준군은 일반초등학교 재학 중에는 1박2일 체험학습도 참가했다. 민준군의 어머니는 “그때는 우리 애 하나만 휠체어를 타니까 특수교사와 소방관 한 명이 체험학습에 함께 가주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보냈고, 학교도 따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작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학교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이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경향신문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10월 16일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사례 진정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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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 관계자는 “현재 법적으로 특수학교 재학생 6명당 특수교사 1명(보조교사 별도)이 배정되는데 모두가 휠체어를 타는 반 아이들한테는 6대 1이라는 교사 수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아의 부모들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아니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특수학교에서 오히려 다양한 체험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조건 내걸어 체험학습 배제

심지어 부모가 활동지원을 할 테니 당일 문화체험을 보내고 싶다고 부탁해도 ‘자격요건’을 들어 거부하는 학교도 있다. 김하율양(10·가명)은 최근 반 친구들이 모두 체험학습을 가던 날 집에서 머물렀다. 하율양의 어머니는 “내가 아이를 전적으로 돌볼 테니 친구들과 함께 갈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지만 담임교사로부터 완곡한 거절을 당했다. 아무리 아이의 부모라도 장애인활동보조인 자격이 없으면 아이와 함께 외부활동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율양의 어머니는 “갑자기 내가 활동보조인 자격증을 딸 수도 없고, 학교는 그게 원칙이라고 하니 더 이상 부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당일 체험학습이나 1박2일 활동을 거부하는 것은 어떤 사유로든 불법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4조 2항 각 호 및 제38조의 2에 따르면 수업 및 자치활동, 그밖에 교내외 활동에 대한 참여를 배제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4항에 따르면 교육책임자는 특정 수업이나 실험·실습, 현장견학, 수학여행 등 학습을 포함한 모든 교내외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의 참여를 제한, 배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야외수업은 빠져도 돼. 힘드니까 쉬어도 돼” 등 배려를 가장한 말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그러나 불법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소풍 등 체험학습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지난 10월 16일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중증·중복장애인 차별 관련 사례 101건에 대한 집단 진정을 인권위에 접수했다. 이들은 전국의 최중증·중복장애인 자녀의 부모 23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차별 경험사례를 접수받았다. 의료영역 21건, 복지서비스 영역 24건, 고용영역 10건, 활동영역 16건이 접수됐다. 교육영역은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향신문>의 취재를 통해 확인된 ‘특수학교로의 전학 강요’, ‘학교 입학을 직·간접적으로 거부’, ‘1박2일 현장체험학습 비참여 권유’, ‘수학여행 비참여 권유’ 등의 사례가 모두 담겨 있다.
 

경향신문

보건복지부가 2013년 발간한 장애인 인식개선 및 차별금지 템플릿. 제시된 침해 사례들은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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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차별사례 101건 인건위 진정

김신애 부모연대 부대표는 이날 “뇌병변 장애인인 우리 아이가 받는 차별은 모든 일상에 점철돼 있다. 18년 동안 열심히 활동해 법도 만들고 제도도 바꿨지만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뇌병변 장애인과 비장애인 자녀를 둔 정순경 부대표는 “수십 ㎞ 떨어진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간신히 밥을 챙겨 먹이는 우리 부모들에게 가을 행사와 축제는 남의 이야기”라며 “지방은 서울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과 의료, 지역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이 없어질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박혜영 강원도 장애인부모연대 원주지회 지회장은 국가에 보내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최중증·중복장애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항상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는 지원인력이 부족해 현장체험학습에 안 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한다. 이제 이렇게 거부당하고 배제당하고 차별당하는 세상에 더 이상 못살겠다. 나도,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언제까지 우리는 일반학교에서 쫓겨나 특수학교로 가야 하나.”

교육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드러내고 장애학생을 차별하는 사례는 줄었지만 은근한 차별을 단속하는 게 문제”라며 “지속적으로 시·도교육청을 통해 지도점검을 나가고 있지만 신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근한 차별도 장애인차별법 위반이므로 국립특수교육원 홈페이지에 있는 온라인 신고센터를 통해 차별사례를 목격하거나 겪은 분들은 익명으로 신고를 부탁드린다”며 “점검 후 신고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징계 및 고발조치 등 가능한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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