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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은 겨울..신상 롱패딩도 재고떨이, 아이스 커피는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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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평균기온 11년 만에 '최고'
달라지는 소비 풍경
'스키 대전' 사라진 백화점
스위트룸까지 예약 꽉찬 호텔

연말이 되면 국내 백화점에선 ‘스키 대전’이 벌어지곤 했다. 스키복, 장갑, 고글 등 스키용품을 대거 내놓고 판매 경쟁에 나섰다. 스키용품은 겨울철 ‘반짝’ 매출에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연말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도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스키 관련 행사에 나선 백화점을 찾아 보기 어렵다. 올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은 탓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내년 겨울에는 스키 행사를 아예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까지 이달 평균기온은 1.8도로 작년에 비해 2.4도, 2년 전보다는 3.7도나 높았다.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웃도어 매출 일제히 감소

춥지 않은 겨울이 연말 소비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매출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아웃도어 브랜드다. 가격이 비싸고 마진이 좋은 롱패딩(벤치파카) 판매는 급격히 줄었다. 국내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4개사의 롱패딩 매출은 지난 10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최소 15%, 최대 4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겨울 장사를 완전히 망칠 것”이란 탄식까지 나온다.

이들 브랜드는 올겨울 신상품을 벌써 세일하기 시작했다. 겨울이 한참 남은 시점에 ‘재고떨이’에 나선 것이다. 최소 30%, 최대 70%까지 패딩 상품을 할인하고 있다. 중소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서는 현금 확보를 위해 롱패딩 신상품 재고를 아울렛에 넘겨버린 곳도 있다.

겨울 주력 상품군인 아웃도어 매출이 일제히 감소하자 백화점에도 ‘비상’이 걸렸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에선 지난달부터 이달 22일까지 아웃도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 이상 감소했다. 목도리, 장갑, 귀마개 등 방한용품 매출도 대부분 줄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옷이 주력인 백화점은 겨울에 패딩, 모피 같은 값비싼 상품 매출을 바짝 올려놔야 한 해 농사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데, 이번 겨울에는 전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 판매점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덥지 않은 여름’으로 에어컨 판매가 급감하더니, ‘춥지 않은 겨울’까지 겹쳐 난방용품 매출이 크게 꺾였다. 전자랜드에선 이달 1~22일 전기장판, 온수매트 등 겨울 가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는 계절 가전의 매출 감소 등 여파로 실적이 부진하다.

겨울에도 잘 팔리는 아이스 음료

춥지 않은 겨울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에선 아이스 음료 매출이 늘고 있다. 올 1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아이스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아이스 음료의 매출 비중도 약 50%로 작년 이맘때(약 40%)보다 높아졌다.

아이스 음료가 주력인 대만 브랜드 공차는 올겨울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공차는 연간 매출의 약 80%를 5~8월에 거둔다. 반대로 겨울철 매출은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올해는 다르다. 비수기인 겨울 매출 비중이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겨울의 한복판으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편의점에선 얼음컵이 불티나게 팔린다. GS25의 얼음컵 매출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65.4% 증가했다. CU도 같은 기간 54.3%나 얼음컵 판매가 늘었다.

패션업체들은 패딩 매출 감소를 플리스 판매로 메우기 위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플리스는 뽀글뽀글한 양털 모양을 한 소재다. 보온성은 패딩에 비해 떨어지지만 투박하게 옷을 입는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와 맞물려 올겨울 인기를 끌고 있다.

‘예약 불가’ 호텔 연말 특수

호텔은 레스토랑 예약도, 룸 예약도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다.

롯데 신라 등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내년 1월까지 주말과 공휴일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혹한, 폭설 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매출이 예상보다 감소하는데 올해는 기대 이상으로 매출이 좋다”고 말했다.

호텔 객실도 주말, 공휴일에는 만실이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은 이달 들어 주말 객실 점유율이 97%까지 올랐다. 작년 이맘때 객실 점유율 80%보다도 높다.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초고급 스위트룸까지 꽉찼다. 이 호텔은 겨울에도 야외 수영장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겨울 호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안재광/민지혜/박종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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