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BJ 출신 정의당 비례1번 류호정 "롤 대리게임,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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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1 04:18
게임BJ(Broadcasting Jockey)→게임회사 기획자→민주노총 상근자→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지난 6일 정의당이 4·15 총선 비례대표 1번에 배정한 류호정(28) 후보의 이력이다. 당선 안정권인 비례 1번을 류 후보가 받자, IT·게임업계에선 류 후보에 비상한 관심이 쏟아졌다. 그간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웹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안랩) 등 창업자 출신 국회의원은 있었지만, IT·게임 회사 근로자 출신 국회의원은 없었기 때문이다. 1992년생인 류 후보는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될 가능성도 높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 류 후보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어릴 땐 게임을 하는 게 좋았고 성인이 되고 나선 게임을 만드는 게 좋았다”며 “앞으론 게임 만드는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Q : 이력이 독특하다.
A :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많이 했다. 9살 때 친구와 PC방에 가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한 게 처음이었다. 그 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빠져 ‘어둠의 전설’ 등을 열심히 했다. 대학(이화여대 사회학) 때는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아프리카TV에서 게임 BJ 활동도 했다.
Q : 게임회사에 취직했다.
A :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저절로 그쪽 진로를 생각하게 됐다. 작은 게임사 기획팀에서 일하다 2015년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소재 스마일게이트로 옮겨 2018년 8월까지 일했다.
Q : 노조 만드는 일을 했는데.
A : 내가 게임을 할 때 만난 게임 속 지엠(GM·게임운영자)은 거의 전지전능한 존재였다. 이용자들이 필요한 아이템에서부터 온갖 문제를 다 해결해줬다. 그런데 게임회사에 들어와서 같은 직원으로서 지엠을 만나보니 달랐다. 게임이 중단되면 고용 불안에 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약연장 여부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노동자였다. 환상이 깨지면서 IT·게임업계에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18년 동료들과 함께 노조 설립을 준비했다. 노조 출범 2주 전 퇴사했다.
Q : '내가 권고사직됐다'고 얘기해왔는데.
A : 노조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속해 있던 팀이 해체됐다. 팀 해체는 게임회사에서 자주 있는 일인데 내게는 전환배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간 인사평가를 잘 받았는데도 권고사직을 당했다. 며칠간의 압박에 못 이겨 사직서에 서명했다.
Q : 왜 정치를 시작했나.
A : 퇴직 후 같은해 12월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화섬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일했고 정의당 당대회 대의원으로도 일했다. 당시 화섬노조 지회에 IT·게임회사들이 가입하면서 할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공장 없는 IT 산업은 사람이 전부 아닌가. 주변에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개발이 중단되면 정규직이어도 고용불안에 떨고 뿔뿔이 팀이 해체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정치까지 하게 된건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정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여성이고 청년이고 해고노동자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 IT·게임 산업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 않나. 서비스가 실패하면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
A : 그래도 너무 쉽게 보호장치 없이 직업을 잃게 되는 경우는 막고 싶다.
Q : 민주노총이 IT·게임업계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 노조 설립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A : 처음 노조 설립을 할 때 나는 일개 직원이었다. 네이버에서 제일 처음 민주노총 쪽에서 노조를 만든 것을 보고 따라간 것이지 특별히 어떤 의도를 갖거나 그런 것은 없다.
Q : 어떤 국회의원이 될 것인가.
A : 사실 노조도 회사가 있어야 잘 되지 않나. 회사도 산업 자체도 노동자도 모두 잘 되는 방향을 원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노조가 없는 작은 IT기업 노동자들까지 권리를 보장받게 돕고 싶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보면 으리으리한 유리건물로 '삐까번쩍' 하지 않나. 그 안에 노동자의 삶도 삐까번쩍하게 만들고 싶다.
류 후보는 대학 졸업 전 e스포츠동아리에서 LOL 대회 나가면서 당시 자신의 아이디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레벨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번 후보 선출 이후 일부 게임 게시판에선 당시 일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심각한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이다. 그에게 입장을 물었다.
A : 당시에도 사과문을 냈지만 지금도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고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제가 잘못한게 맞다. 이 한 줄로 진정성있게 사과를 계속하고 싶다. 만나던 사람이 제 아이디로 게임 점수를 올렸고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에 다른 게임에서 여성 프로게이머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역시 여자선수는 실력이 모자란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내가 했던 일이 그런 편견을 강화시킨거 같아 많이 반성하게 됐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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