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이 손절 부른다" 개미들의 반대매매 공포
‘내일 반대매매 쏟아집니다. 꽉 잡으세요.’ 코스피 시가총액 1000조원이 무너진 지난 19일,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런 경고가 많았습니다. 반대매매가 뭐길래 이렇게 개미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는 걸까요.
=주식은 본인의 돈으로도 투자하지만 빌려서도 할 수 있다. 자기 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 주식을 샀는데 약속한 만기 내에 갚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걸 반대매매라고 한다.
=일정 기간 내에 미리 설정한 담보유지비율에 못 미치면 처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가진 돈÷빌린 돈’을 뜻한다. 증권사에선 평균적으로 담보유지비율 하한을 140%로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주식 투자를 1억원 하고 싶은데, 가진 돈이 5000만원뿐이다. 그래서 A는 증권사로부터 5000만원을 빌려 총 1억원의 주식을 구매한다. 이럴 경우 A의 담보비율은 200%(총투자금 1억원/대출금 5000만원*100)다. 그런데 주가 급락으로 A가 보유한 주식 1억원 가치가 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그럼 담보비율이 140%(총투자금 7000만원/대출금 5000만원*100)다. 그 밑이면 반대매매 대상이 된다.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보통 문자로 해당 사실을 통보한다. 추가 납입하거나 매도를 하라는 의미다. 그러다 영업일 기준 2~3일 뒤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전일 종가 기준 하한가로 수량을 책정해 장이 열리면 동시호가로 팔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들어 12일까지 주식 반대매매 규모가 하루 평균 137억원에 달했다. 2009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달 신용공여 잔액(투자자가 낸 빚)은 10조1873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연일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미의 손실이 커졌다.
=이상민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손절이 손절을 부른다”며 “장 초반에 반대매매가 쏟아지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요즘처럼 ‘패닉셀링(공포에 질려 매도하는 것)’이 나오면 이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자 13일 금융 당국이 나섰다. 6개월간 증권의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현재 하한선인 140% 이하로 담보비율이 내려가도 제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담보유지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은 17일 담보비율 하한선을 140%에서 130% 미만으로 낮췄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하한선을 130%에서 120%로 하향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고위험 종목에 적용하는 160%의 담보비율을 140%로 낮췄다.
=유예기간을 늘린 곳도 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고객이 요청할 경우, 일시적으로 반대매매를 1~2일 유예해주기로 했다.
=다만 당국의 조치는 ‘권고’ 수준이다. 증권사가 따를 의무는 없다. 증권사 입장에선 섣불리 담보비율 하한선을 낮췄다간 빌려준 돈을 못 받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시장에선 부실 수준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유예기간을 늘리는 것 역시 투자자 손실을 방치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시키니까 하지만 속내는 불안하다.
=남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선 언제든지 반대매매의 위기가 찾아온다.
=‘빚투’ 자체가 바람직한 투자방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용을 끌어서 투자하는 건 지금뿐 아니라 시장이 양호할 때도 권고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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