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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짜리 대한항공 땅, 2000억에 달라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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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자금난에 매각 추진
서울시 "공원 조성" 일방 발표
조원태 회장 "서울시에 안판다"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에 공터로 있는 대한항공 소유 부지(3만7000여㎡)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28일 발표하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 땅을 서울시에 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80% 이상 급감한 대한항공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이 부지를 제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인데, 서울시가 마치 자기 땅인 것처럼 공원 개발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땅 가치가 크게 떨어져 대한항공은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서울시가 개발 허가권을 무기로 사유지인 땅을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있을 수 없는 공권력의 횡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 /오종찬 기자
서울시는 이날 "올해 안에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27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도 "공적 활용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 공원 결정 및 매입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서울시 방침을 받아들였다. 6월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거쳐 현재 지구단위계획상 특별계획용지인 송현동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도 개발이 어렵게 돼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직접 사들여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원하는 매각 대금은 시가(5000억원)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한 푼이 아쉬운 대한항공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액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고(故) 김봉환 전 의원 빈소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서울시 말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 갖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헐값에 넘기느니 차라리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긴급 지원 1조2000억원을 받기로 했지만, 회사 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4000억원에 달하고, 하반기에 갚아야 하는 빚이 3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생존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유휴자산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9월까지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매수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대한항공이 이 부지를 시가보다 싸게 서울시에 판다면 이사진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배임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한 기자]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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