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내 혈장치료제 개발 목표…완치자 혈액 확보가 관건”
정부가 미국에서 개발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특례수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올해 안에 국산 치료제를 확보하고, 내년까지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761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모두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개발 완료 시기는 불분명하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길리어드사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를 특례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약품 특례수입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신속하게 수입하는 제도다.
렘데시비르는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으나 최종 단계인 임상 3상 시험에 실패해 에볼라 치료제로는 승인받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감염병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는 실험 결과가 전해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입원치료 기간을 30%가량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줄 만큼 효능이 탁월한 것은 아니다. 미 국립보건원은 “(사망률 감소 효과가 불확실해) 렘데시비르로만 치료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치료제나 치료법 병행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도 렘데시비르 특례수입과 함께 다른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방식은 혈장치료제, 항체치료제, 신약 개발, 약물 재창출 등 4가지로 나뉜다.
약물 재창출은 에볼라 치료제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재탄생한 렘데시비르와 같이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빠른 개발이 가능해 각국에서 다양한 약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대를 모았던 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 등은 투여 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항응고제와 급성 췌장염 치료제로 쓰이는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 개발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장을 채취·농축해 약으로 만든 것이다. 완치자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들어 있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안에 혈장치료제 개발을 끝내는 게 정부 목표다. 실제 현재 국내외에서 임상 2·3상을 앞두고 있는 등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완치자의 혈장이 대량 필요한데 국내 완치자 중 12명만이 혈장 공여를 약속해 치료제 개발에 턱없이 부족하다.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 자체를 이용하는 항체치료제 개발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제약사의 공동연구에서 족제비에게 자체 발굴한 항체 후보물질을 투입한 결과 콧물, 기침, 폐렴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개선된 정도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서는 백신이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 10종의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그중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백신 시험이 가장 주목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 백신을 특례수입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연구소 책임자인 애드리안 힐 교수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올해 초에는 9월까지 백신을 개발할 가능성이 80%라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전혀 결과가 없을 확률이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에 필요한 비용 1000억원 이상을 긴급지원할 방침이다. 또 유사한 감염병 발생 시 빠르게 치료제·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립 바이러스·감염병연구소와 한국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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