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계약맺고 백화점서 위탁판매
퇴직금 소송 냈지만 1·2심 "근로자 아니다"
대법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 제공 안해"[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백화점 위탁판매원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 등 31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백화점에 입점해 자사 정규직 직원들을 각 매장에 파견, 상품 판매 업무 등을 수행하게 했다. 지난 1999년께 이후부터는 A씨 등의 매장관리자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이들이 매장을 관리하고 상품을 판매하도록 했다.
그런데 A씨 등의 퇴직금 지급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다. A씨 등은 삼성물산의 지휘·감독 아래 일을 했다며 삼성물산이 자신들의 퇴직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측은 A씨 등은 위탁판매계약을 맺은 독립된 사업자일 뿐이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은 A씨 등이 삼성물산으로부터 임금과 같은 고정급을 받았는지, 취업규정 등의 적용을 받아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등을 따졌을 때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은 A씨 등에게 매출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했는데 매달 차이가 있었고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 않았다"라며 "A씨 등의 근무시간은 백화점 운영시간에 따라 정해졌고 삼성물산이 별도로 휴가를 통제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 등은 직접 자신의 명의로 판매사원을 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했다"면서 "판매사원의 채용 여부 등은 삼성물산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의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 "A씨 등은 그들 명의로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삼성물산을 사업장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이 매출 실적이 높은 이들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하긴 했으나, 실적을 높이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은 "삼성물산은 A씨 등에게 상품 진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으나 이런 조치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A씨 등의 업무 내용과 범위는 위탁판매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삼성물산의 지시에 의해 계약 외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매출 실적이나 근무 상황을 이유로 삼성물산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A씨 등을 근로자로 볼 요소도 일부 있다면서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삼성물산에 근로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A씨 등의 근태 관리를 하지 않고 A씨 등이 판매원으로 하여금 자신을 대체해 근무하게 할 수 있는 등 A씨 등의 삼성물산에 대한 종속성의 정도가 약하다"며 "A씨 등은 실적에 따라 상한 또는 하한이 없는 수수료를 받았고 이를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