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금지 요구한 민노총, 약자를 더 힘들게 했다
대기업·공공부문 노조에만 혜택
노조 약한 영세사업장 적용 못해
진보시민단체에서도 비판 나와‘민간, 300인 미만 영세 기업, 비정규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고용 위기 최대 피해 부문은 이렇게 요약된다. 공공 부문이나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진영의 시민사회단체까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해고금지 요구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때문에 취약한 부문을 집중 지원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코로나 재확산, 고용위기는 어디서 얼마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취업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부문은 5인 미만 사업체였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오히려 취업자가 늘어난 경우도 있는 등 타격이 덜했다.
이 보고서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가공해 코로나19 확산 없이 일상을 영위했을 때의 취업자수 추정치와 올해 실제 취업자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종업원 5인 미만 영세 사업체의 경우 지난 3~7월 월평균 34만 명 수준으로 취업자가 줄었다. 5인 이상 300명 미만 중소 사업체에서도 20만명 줄었다. 그러나 300인 이상 대기업은 200명가량 늘었다.
공공 부문보다는 민간 부문의 타격이 더 컸다. 취업 기간 1년 이상인 상용직의 경우 공공행정·사회보장 등 공공 부문에서는 매월 9만 명 증가했다. 그러나 민간 부문은 4~6월 석 달간 매월 20만 명 넘게 감소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 고용 위기로 인한 직접 타격이 컸던 업종은 취업자가 많고 영세 기업이 많은 민간 서비스업”이라며 “자동차부품·섬유·플라스틱 등 공단 지역 전통적 영세 제조업체에서도 해고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코로나발 고용 위기가 취약 계층에 더 가혹했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비 진작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지난 2분기 가계 저축(소득-지출)이 16% 늘어난 것을 보면 전 국민에게 같은 액수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란 주장이다.
게다가 당장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한계 기업에 피해가 집중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노사정 회의 등에서 내건 ‘해고금지’ 슬로건은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다. 한지원 연구원은 “해고금지 요구는 공공 부문이나 대기업에선 고용 안정 수준을 높일 수 있지만, 노조 조직률이 1% 미만인 영세 사업체에선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은 취약한 부분에 집중하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의 활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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