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안 빼면 해고?…어느 학교법인 이사장의 도 넘은 갑질
남대전고등학교.
대전의 사립학교인 남대전고등학교 학교법인 이사장이 교직원을 상대로 수년간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KBS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욕설은 기본이었고, 협박과 강요도 모자라 살을 빼지 못하면 그만두라는 인격 모독성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직원들의 업무 활동이 이사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각서를 쓰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각서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대놓고 읽도록 하는 비정상적인 지시가 있었습니다.
일부 교직원들은 백지사직서까지 쓰게 하고 이사장 마음대로 해고하겠다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이사장에게 당한 갑질 피해를 설명하고 있는 남대전고 행정실 직원 A 씨.
■체중 5kg 못 빼면 내일 당장 그만둬!
남대전고 행정실 직원 A 씨는 수년 동안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욕설과 협박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녹취록에는 학교 이사장은 A 씨를 향해 “꺼져라. XX, 밥을 떠먹여 줘야 처먹고 앉아있네! XX. 너 XX 작업일지 쓰려면 제대로 써 XX야.”라고 욕설을 내뱉습니다. 체중을 5kg 빼지 못하면 내일 당장 그만두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사장은 집요하게 A 씨의 체중을 물으며, 대답하지 않는다며 폭언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이사장은 “네가 5kg을 뺀다는데 기준이 없다. 나랑 이야기하기 싫은 거지? 그럼 내일 날짜로 그만둬.”라고 말합니다.
A 씨는 “제가 살을 빼겠습니다”라고 말을 해도 이사장은 “네 체중이 몇kg인데? 네가 빼는지 안 빼는지 어떻게 아냐”며 집요하게 추궁합니다.
남대전고등학교 건물 내부에 붙어있는 표어.
취재진은 학교를 찾았습니다.
애꿎게도 학교 내부에는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기다림 끝에 이사장을 만났을 때 체중감량을 위한 자술서를 받았다는 황당한 말을 꺼냅니다.
이사장은 취재진을 향해 “본인이 자술서를 썼다. 내가 이렇게 해서 근무를 잘하겠다고, 그 후에 몇 년이 지나서 작년에도… 너무 뚱뚱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말합니다.
이사장에게 제출한 남대전고 행정실 직원의 사직서.
■백지사직서 내놔... ‘해고’ 위기에 시달린 직원들
참다못한 A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A 씨는 “먹여 살릴 가족도 있고, 참고 버티면 지나가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다른 학교와 토지 분쟁이 벌어진 것을 제게 책임을 떠밀고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직서를 쓰게 하고, 날짜를 비운 백지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고 토로합니다.
A 씨가 쓴 백지사직서, A 씨의 일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남대전고 행정실 직원 B 씨도 같은 말을 꺼냅니다.
B 씨는 “이사장 본인이 마음에 안 드시면 일단 사직서부터 강요하셨다. 외부에 손님이 있든 교장, 교감이 되었든 본인이 불만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XX, XX 같은 욕설을 쉽게 내뱉었었다”고 말합니다.
행정실 직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잘못했다면 정식 절차에 따른 징계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이에 못 미치는 사소한 문제도 꼬투리를 잡고 사직서뿐 아니라 각서와 자술서, 사유서 등 온갖 이유를 들며 요구를 했다고 토로합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남대전고 학교법인 이사장.
이에 대해 취재진은 직원에게 그만두라고 강요한 사실에 대해 녹음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교 이사장에게 물었습니다.
학교 이사장은 “녹음 속의 목소리는 내가 맞지만, 강요나 욕설을 한 적은 없다”며 “직원들의 건강과 업무 능률을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A 씨는 대전시교육청과 경찰에 학교 이사장을 고발했습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대전중부경찰서는 조만간 학교 이사장 등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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