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박 의원은 현 정권 초기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로 세평에 오른 인물이다.

판사 출신인 그는 오랫동안 국회 법사위에서 일하면서 법원과 검찰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다. 박범계 장관 카드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코너로 몰린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디게 할지. 재촉할지 세간의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한 것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 효력을 중지하는 등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속에 개혁 동력이 저하된 것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장관 교체로 다시금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느냐는 것. 전임 추미애 장관은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이나 검찰 내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보단 조직을 압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검사를 찍어 내쫓는 리더십을 보였다. 민주주의 꽃은 설득인데 그 방식을 내던지고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직선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별명이 추다르크 아닌가.    

이러한 추 장관 방식이 검찰조직에 통했으면 별말 없겠지만,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로 돌아가기에 강한 압박은 사상 초유의 전국 검란 사태를 불러왔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권주자 1위 반석에 올려놨다. 이것이 추 장관이 지난 1년간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 성과다.   

박범계 후보자 역시 추 장관 만큼 직선적인 인물이다. 그가 지난 박근혜-최순실 사태 청문회와 윤석열 검찰총장 국감에서 보여준 모습은 집요하면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추 장관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점 때문에 박범계 의원을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판단한 듯하다. 꼭 강하게 밀어붙여야만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이례적으로 초대 공수처장 지명, 장관 교체 발표, 청와대 고위참모 동반 사의 발표’ 등 세 차례에 걸쳐 인사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는 최근 지지율 급락으로 인한 문재인 대통령의 절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은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재촉시킨다. 레임덕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거리를 멀게 하고 공무원들은 슬슬 청와대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야당은 파상공세를 퍼붓기 시작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이런 모든 과정을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자신만은 레임덕을 절대 거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런데 세상만사 본인 뜻대로 되는 것은 없다.  

따라서 레임덕을 늦추고 정권을 연장하는 길은, 박범계 장관 후보자가 본연의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게 하면 된다. 진정한 검찰개혁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지지와 검사들 스스로 움직이게 해야 하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박 장관이 추 장관과는 노선을 달리해 구성원을 설득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애를 쓴다면 검찰개혁은 자연스럽게 성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부드러운 설득, 서번트 리더십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정책과 방향이 그대로라면 국민은 또 실망하게 되고 검찰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뭔가 인위적으로 억누르려 하면, 튕겨 나가게 되고 반발을 불러온다. 586 민주화 세대라고 일컫는 현 정권 실세들은 누구보다 이 원리를 잘 알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오직 주변 측근과 지지세력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원하는 요구가 무엇인지, 진짜 여론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레임덕을 늦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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