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전날 술 취한 피해자 모텔로 데려가
재판부 "피해 사실 일관되게 진술" 신빙성 인정
"박 전 시장 성추행에 상당한 정신적 고통" 판단
피해자 "보통 삶 돌아가도록 2차 가해 멈춰달라"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선고 직후 발언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이 사건 피해자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업무상 위력 추행 사건의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과거에 성실하게 쌓아왔던 노력의 산물들을 잃었고,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을 잃었으며, 미래를 꿈꾸는 소망을 잃었습니다. 평범하게 출근해서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퇴근해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과 웃으며 휴식을 취하는 '보통의 삶'을 잃었습니다. 피해자가 다시 '보통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하는 데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밝힌 피해자 입장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정모(
41)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은 “사법정의를 실현시켜 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현다”면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공감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부장 조성필)는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정씨는 제
21대 총선 전날인 지난해 4월
14일 피해자를 비롯한 비서실 동료 직원들과 회식 술자리를 가진 뒤,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는 다음날 정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서울시는 정씨를 직무에서 배제한 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위해제 했다.
정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신체 일부를 만진 사실은 인정했지만, 강간 혐의는 부인했다. 피해자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PTSD)를 겪은 것은 정씨의 행위가 아닌, 제3자에 의한 성추행과 언론보도에 의한 2차 가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번 사건 피해자가 박원순 전 시장의 업무상 위력 추행 사건의 피해자와 같은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정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부장판사는 피해자 진술이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다면서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으나 드문드문 기억나는 점을 상세히 진술하고, 피해자와 정씨 사이의 기존 관계에 비춰보면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꾸며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PTSD의 직접적 원인은 정씨의 범행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난해
5~11월 심리치료를 받은 상담 내역을 살핀 결과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전부터 오래 알고 지낸 정씨에 대한 배신감과 억울함, 타인에게서 피해를 받을 것 같은 불안감 등 정씨의 범행으로 정신적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선고 직후 김재련 변호사는 “양형과 관련해서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통찰적 시각을 보여주신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기회조차 봉쇄됐었고, 또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왜곡·부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가 너무 많은 공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 점을 언급해주신 것은 안타깝지만 다행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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