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소흘읍 일대 600평…코앞에 대규모 공공주택 지정
경찰도 수사 과정서 2015년 투기 의혹 파악했지만…
"혐의 입증 어려워 '범죄 대상'에 미포함하기로 결정"
전문가들 "적극적 수사 통해 실체적 진실 밝혀야"[CBS노컷뉴스 김태헌·서민선·박정환 기자]
29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전철역 예정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포천시청 공무원 A씨(가운데)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전철역 예정지 인근에
40억원대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로 구속된 경기도 포천시 공무원 박모씨가 지난
2015년에도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 예정지 인근 땅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박씨가 산 땅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부지로 유력한 땅과 불과
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박씨가 문제의 땅을 매입하고 2년 뒤 뉴스테이 사업 부지로 확정됐고,
2018년에는 약 5천세대가 들어서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지구로 지정됐다.
◇ 2015년에도 600평 땅 거래…2년 뒤 바로 앞에 대규모 공공주택단지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첫 구속 사례가 된 포천시 5급 공무원 박씨는 지난
2015년 4월 2일 경기 포천 소흘읍 송우리 인근의 약
600평(
1955㎡) 규모의 땅을 약
23억원을 대출해
22억원에 매입했다.
박씨가 사들인 땅 코앞에는 공공주택지구 사업 예정지로 유력하게 검토되던 부지가 있었다. 지난해 박씨가 매매한 전철역 예정지 인근 부지와도 지근거리다. 포천시 관계자는 "예전부터 만일 포천에 대규모 공공주택이 들어선다면 거기(소흘읍 일대)가 가장 유력하고 유일한 곳으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가 산 땅 건너편 부지는
2017년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포천시와 함께 추진했던 뉴스테이 사업 부지로 지정됐고, 이듬해
12월에는 대규모(약 5천세대) 공공주택과 상가 단지가 들어서는 '포천송우2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이 사업 역시 오는
2026년까지
LH와 포천시가 추진한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포천시 공무원 박모씨가 2015년 4월 구입한 땅이다. 이후 건너편(빨간색 선)은 2017년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 부지로 결정됐고, 2018년에는 '포천송우2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공.◇ 경찰도 인지했지만…"입증 어려워 범죄대상 포함 안 하기로"현재 박씨는 내부 업무 정보를 이용해 지난해 9월 지하철 7호선 전철역 예정지 인근에 약
800평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보다 5년 전인
2015년에도 박씨가 수십억원대 땅을 거래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박씨의 범죄 대상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박씨가 토지를 거래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 그리고 당시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정보인지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2015년 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은 맞는다"라면서도 "(박씨가) 거래를 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는지 등을 규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이 사건 범죄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 "적극적으로 수사해 실체적 진실 밝혀야"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지난
2015년 구입한 땅이 지난해 산 땅의 진입로였다"며 "그런 배경에서 어쩔 수 없이 지난해
800평 규모의 땅을 추가로 산 것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가 결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박씨가 자신의 혐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2015년 매매 건을 일종의 '방어논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경찰이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박씨의
2015년 투기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는 "박씨의 과거 투기 건에 대해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은 이해가 간다"라면서도 "지금 국민들은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투기를 안 하기를 바란다. 최근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