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찾아오는 ‘당뇨병’…정기검진 시 위험도 확인 필수
잦은 소변 등 증상 나타날 땐 이미 진행
‘당뇨병 전 단계’부터 관리 시작해야 안전
당뇨병 진단 후엔 규칙적인 혈당 측정 중요
당뇨병은 전신에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해 조기에 진단·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 시 자신의 당뇨병 위험도를 꼭 확인하고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이다.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는 이미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없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당뇨병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 전 단계에 이른 사람이 830만명, 당뇨병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이 13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초기 증상 없어…정기검진 시 위험도 확인해야
당뇨병은 포도당이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잘 활용될 수 있게 돕는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지 못하면 혈액 속에 남아 혈당을 올리고 혈액을 끈적하게 만든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전신에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당뇨병을 최대한 일찍 발견해 관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당뇨병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 시 자신의 당뇨병 위험도를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피검사를 통해 나오는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를 통해 진단한다. ▲당화혈색소가 5.6 이하이면 정상 ▲5.7~6.4는 당뇨병 전 단계 ▲6.5부터는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혈당으로 본다면 ▲공복혈당이 100이상일 때 당뇨병 전 단계 ▲126부터는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뇨병 전 단계라고 해도 안심은 금물이다.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이미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은 상태로 서둘러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진행 시 잦은 소변, 심한 갈증 등 증상 나타나
당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몇몇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혈액 속에 많아진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소변을 보게 되고 이로 인해 갈증을 심하게 느낀다. 또 음식을 섭취해도 에너지로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과 공복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몸 안의 세포에서는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은 오히려 감소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은숙 교수는 “이들 증상이 나타나면 당뇨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지만 이때부터라도 관리를 시작하면 고혈당으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혈당수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 규칙적인 혈당 측정 필수
같은 당뇨병이라도 환자마다 혈당은 물론, 혈당 변동폭도 다르다. 따라서 치료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병행하든 병행하지 않든 생활습관 개선과 혈당 측정은 당뇨병환자라면 꼭 해야 할 일이다.
일단 혈당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아침 공복과 식후 측정을 권고하는데 아침 공복은 기상 직후 5분 정도를, 식후는 숟가락을 든 순간부터 2시간이 지난 시점을 말한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지은 교수는 “보통 ▲인슐린을 여러 번 맞는 환자는 하루 3번 이상(아침 공복, 식후 최소 2번) ▲경구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적어도 하루 2번 이상(아침 공복, 식후 최소 한 번) ▲생활요법만 진행하는 환자는 주 1회 정도는 반드시 혈당 측정이 권고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처음 당뇨를 진단받거나 ▲혈당조절이 잘 안 되거나 ▲약을 먹거나 인슐린을 쓰면서 저혈당이 잘 생기는 경우 ▲약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혈당 변동이 잦을 수 있어 하루 7번 정도(아침 식전 식후, 점심 식전 식후, 저녁 식전 식후, 취침 전) 자주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음식은 나눠서 조금씩, 운동은 혈당 체크 후 시작
음식은 혈당의 급격한 상승 예방을 위해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총열량의 50~60%, 지방과 단백질은 각각 20% 내외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당질이 많이 함유된 곡류 및 과일군은 적정량 먹고 특히 단 음료수나 빵, 떡 등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싱겁게 먹는다.
김은숙 교수는 “다만 너무 비만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경우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식사요법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담당의료진과 상의 후 처방받은 식사요법에 따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식이조절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도 중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운동은 식후 30분 후 시작해 30분~1시간 정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운동 전에는 반드시 혈당을 체크해 운동 전 혈당이 300mg/dL 이상이면 운동을 미루고 100mg/dL 이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어 간식을 먹은 후 운동한다.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환자라면 겨울철 실외운동은 피해야 한다. 찬 공기에 의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서다. 제자리걷기나 실내자전거, 러닝머신 등 실내운동으로도 혈당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한편 심혈관질환 위험이 너무 높다고 판단된 당뇨병환자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허성호 교수는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명확한 금기사항이 없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은’ 또는 ‘위험이 높은 단계’로 분류되는 당뇨병환자에서는 1차 예방용 저용량 아스피린(하루 75~100mg)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며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주치의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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