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영 기자]대구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이 “감독관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며 피해를 호소해 파장이 인 가운데, 화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했다. 해당 감독관은 순서가 뒤바뀐 수험생의 응시원서를 발견하지 못해 “혹시 대리 시험을 응시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화순 모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수험생 A군이 광주·전남대표 뉴스 플랫폼인 사랑방 뉴스룸 신문고에 올린 수능 관련 민원에 따르면 그는 지난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다. 당시 이 고사장의 관리와 감독은 나주교육지원청에서 맡았다.
이날 시험실 감독관이 1교시 본령이 울리기 전 수험생 본인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A군은 “감독관 확인용 응시원서 묶음에 (A군의)응시원서가 없다. 혹시 대리로 한 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A군은 당황해 “학교에 내가 직접 원서접수 했고, 수험생 본인이 맞다”고 말했고 감독관은 “증명 사진이 있느냐”고 물었다. A군이 “없다”고 하자 감독관은 “일단 시험을 보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A군은 “이 상황을 겪으며 1교시 국어 시험을 치르는 도중 ‘수능을 못보고 나가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리’ 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정신이 나갔다. 이후 시험을 다 망쳤다”고 주장했다. 순간 ‘대리 응시’ ‘대리 원서 접수’로 의심받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어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된 18일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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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끝난 후 A군의 부모는 담당 교육지원청에 경위파악을 요구했고 해당 감독관은 “재수생 같은 경우 대리 접수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걸 물어보려 했었다”며 “알고보니 A군의 응시원서 순서가 잘못 넣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A군은 “교육청 확인결과 감독관의 ‘대리’ 발언이 사실로 밝혀졌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인생이 걸린 첫 수능 시험인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일로 망친게 너무 속상하고 어이없다”며 이를 공론화 해주길 당부했다.
이에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응시원서 순서가 잘못돼 있었는데 감독관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을 더 파악한 후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같은 날 대구 상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렀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B씨 또한 지난
19일 국내 한 커뮤니티에 “감독관 때문에 수능을 망쳤다”고 밝혔다.
B군은 1교시 국어 시험 때 독서 지문을 읽으며 문제를 풀던 중 감독관으로부터 “선택과목부터 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감독관은 B군이 지시를 따르지 않자 시험지를 집어들고 ‘화법과 작문’ 영역 지문이 있는 9페이지로 넘겼다.
B군은 “행위가 너무 강압적이어서 순간 진짜 그런 규칙이 있는 줄 알고 참고 지문을 읽어 내려갔다”며 “너무 마음이 황망하고 긴장해 마음이 추스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너무 화나고 분해 명상을 해도 그 강박적인 상황이 트라우마가 돼 머리에 맴돌았다”며 “결국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22일 대구 교육청 측은 “지난
18일 수능날 대구 상원고 고사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유선으로 조사를 마친 결과 학생의 주장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고사장의 제 1감독관이 공지 내용에 대해 착각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고사장의 제 2감독관 등과 함께 현장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좀 더 세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며 “B군이 이번 학년도에 문제 없이 진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고, 또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