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에서 사라진 7천만 원 추적했더니…천억 대 ‘불법 도박사이트’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의 한 가정집 장롱 속에서 현금 7천8백여만 원이 사라졌습니다. 집주인 36살 여성 A씨는 누군가 돈을 훔쳐갔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돈다발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경찰은 A씨의 지인인 33살 여성 B씨를 절도 혐의로 체포해 구속 송치했습니다. A씨와 같은 집에서 살며 "언니, 동생" 사이로 지내던 B씨가 돈다발을 들고 달아났던 겁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B씨에 대해 보완 수사를 진행하던 중 결정적 진술을 한 가지 확보하게 됩니다.
B씨가 "자신이 훔친 돈은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범죄 수익금"이라고 진술한 겁니다. B씨는 "A씨의 돈을 훔치더라도 범죄 수익금이기 때문에 신고를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우선 돈다발을 도둑맞았다던 A 씨를 체포했습니다. 절도 피해자가 불법 도박 관련 범죄 피의자로 바뀐 겁니다.
A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습니다. A씨의 주거지에선 현금다발 5천7백여만 원이 추가로 발견됐고, 수입차와 고가 가방 등도 쏟아져나왔습니다.
A씨는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C씨의 내연녀로 밝혀졌습니다.
C씨가 불법 도박 사이트로 벌어들인 돈을 보내면, A씨는 이를 국내 조직원에게 나눠주고 가상화폐 거래 등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C씨는 내연녀 A씨에게는 8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금을 보냈고, 동서인 D씨에게도 22억여 원을 보내 같은 역할을 맡겼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D씨는 범죄 수익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또다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아파트 잔금을 치르거나 빌라 건축 부지를 매입하는 데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씨가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는 일명 '아바타 카지노'. 해외에 서버를 두고 필리핀의 호텔 카지노를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검찰이 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도박 자금 입금 계좌를 추적한 결과,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천억 원 규모의 도박 자금이 입금됐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입금된 도박 자금 중 약 3백60억 원은 수십 개의 대포통장을 거쳐 서울, 수원, 화성, 용인, 성남 등지에서 현금으로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원지검 형사1부(인권·지식재산범죄전담부)는 자금 세탁 역할 등을 맡은 C씨의 내연녀 A씨와 동서 D씨를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C씨에 대해선 기소 중지하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했습니다.
검찰은 C 씨의 의뢰를 받아 불법 환전을 한 환전업자에 대해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고, 또 다른 자금세탁책 2명을 기소중지, 4명을 참고인 중지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현재까지 C씨 일당이 모두 48억 9천여만 원의 상당의 범죄수익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이들의 현금과 부동산 등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도 함께 내렸습니다.
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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