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지 못하면, 미래 접어야 한다
삼성 ‘갤럭시 폴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 ‘폴더블폰’을 중심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이른바 ‘폼팩터(Form Factor·제품 외형) 경쟁’이다. 주요 업체들의 새 스마트폰 공개가 일단락되면서 올해는 5G 길목에서 업체 간 사활을 건 끝장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인 ‘MWC19’ 개막 전날인 24일(현지시간) 폴더블폰 ‘메이트 X’ 언팩 행사를 열었다. 지난 20일 삼성전자가 애플 안방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하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갤럭시 폴드는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 크기이고, 펼치면 7.3인치로 보통 태블릿PC보다 작다. 안으로 접는 데는 복잡한 힌지(이음매 역할을 하는 경첩) 기술이 필요하다. 펼친 화면에서는 3개 앱을 동시에 쓸 수 있다.
화웨이 ‘메이트 X’
메이트 X는 밖으로 펼치는 형태다. 화웨이는 “갤럭시 폴드는 펼쳤을 때 7.3인치이지만, 메이트 X는 8인치”라며 갤럭시 폴드보다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는 6월 출시될 메이트 X는 접으면 전면 6.6인치, 후면 6.38인치 화면을 이용할 수 있고 펼치면 8인치 태블릿PC가 된다. 화웨이는 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예 갤럭시 폴드 이미지를 띄워놓고 자사 제품과 비교했다.
하지만 메이트 X는 아웃폴딩이라 내구성 측면에서 우려가 나온다. 종이도 여러번 접으면 찢어지듯이 접히는 부분이 겉에 있으면 스크래치가 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무선)사업부문 사장은 “(밖으로 펼치는) 아웃폴딩 방식으로 하려면 진작에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MWC 개막일인 25일 전시장 홀3 중앙 부근 맞은편에 부스를 설치해 신경전을 펼쳤다. 양사 모두 부스 입구 쪽에 각 4대, 2대를 전시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유리관 속에, 화웨이는 유리벽 안에 전시해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는 없었다.
LG ‘V50 씽큐’ 듀얼 스크린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스마트폰의 주류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 속에 다른 경쟁사들의 셈법은 복잡해 보인다. LG전자는 화웨이에 앞서 폴더블폰을 견제하기 위해 듀얼 스크린 제품 ‘V50 씽큐 5G’를 내놨다. 폼팩터 경쟁에 가세하면서도 폴더블폰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로 판단한 것이다. 듀얼 스크린 방식은 한쪽 스크린을 필요에 따라 떼었다, 붙였다 하는 방식이다. 스크린을 붙이고 가로로 눕혀서 사용할 때면 예전 게임기 같은 느낌이 든다.
접는 디스플레이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는 애플의 폴더블폰 개발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애플은 오히려 하드웨어 개발보다 모바일 결제 등 서비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정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폼팩터 진화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이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동영상을 보며 메신저와 인터넷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폴더블폰의 미래가 장밋빛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결국 폴더블폰으로 가게 될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기술력만 자랑하는 제품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가격은 폴더블폰 수요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화웨이 제품은 2299유로(약 292만원)이고, 삼성 제품은 미국 시장 기준으로 1980달러(약 220만원)이다. 삼성전자가 한국 에서는 5G 폴더블폰으로 내놓을 예정이라 250만원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은 바뀌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에 띌 만한 ‘혁신’이 아닌 이상 2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가며 기존 스마트폰을 버릴 이유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