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내부 불타거나 그을음 뒤덮여, 감정 복받쳐 눈물…귀금속만 겨우 챙기기도
화재 때 집에 남아 옷장 속 있던 고양이 한 마리는 이틀 만에 주인 품으로한 주민의 손에 묻은 그을음
[촬영 김용태](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끝났어. 혹시나 했는데 챙길 게 아무것도 없어."
8일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의 한 주민이 자
신의 집을 방문한 후 탄식하며 말했다.
10일 아파트 주민들은 집에 들어가 물건을 챙길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정오께부터 아파트로 모여들었다.
주민들은 번호표를 받고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하다 자
신의 번호가 불리면 경찰관 대동 하에 계단을 이용해 집으로 들어갔다.
그을음이 잔뜩 묻은 여행용 가방 하나만 들고나온 주민은 "밖에서 볼 때 창문 하나만 깨져 있어서 집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집 대부분이 불에 타거나 그을음에 뒤덮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장은 다 내려앉아 있었고, 플라스틱으로 된 물건들은 녹아내려 있었다"며 "옷들도 타거나 그을음에 덮여서 나올 만한 게 없었고, 그나마 성한 귀금속 몇 개만 겨우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웃에게 "혹시나 했는데 챙길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비닐봉지에 귀금속 하나만 챙겨 나온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은 불에 탄 집을 보고 나온 후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주민이 챙겨 나온 물건들
[촬영 김용태]집이 직접적인 화재 피해를 보지 않은 주민들도 막상 챙길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프링클러에서 쏟아진 물로 집 안이 젖거나 모든 가재도구가 외부에서 들어온 각종 먼지, 그을음 때문에 쓸 수 없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온 집안이 먼지와 그을음으로 엉망진창이었고 냉장고에까지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서랍 같은 수납장에 들어 있던 물건 외에는 다 시꺼먼 그을음이 덮여 있어 옷가지 몇 개와 마스크 등을 챙겼다"고 말했다.
집에 남아 있던 고양이가 이틀 만에 주인 품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주인 품으로 돌아온 고양이
[촬영 김용태]고양이 주인은 "당시 집 안으로 연기가 들어와 긴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겁을 먹은 고양이가 침대 밑으로 숨어 버려 어쩔 수 없었다"며 "옷장 안에서 고양이를 찾았다"고 안도했다.
대기하던 주민들은 먼저 집을 보고 나온 이들에게 몇 층에 사는지, 집 상태가 어떤지 등을 묻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앞서 8일 밤 남구 달동에 있는 이 아파트에선 대형 화재가 발생해 93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고, 옥상 등 피난층에 대피해 있던 77명이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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