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후 동의없이 딸 화장해”…印 최하층 소녀 죽음에 시민들 ‘분노’

ⓒ사진=EPA[데일리안 = 진선우 기자] 인도에서 최하층민(불가촉천민) 출신의 9살 소녀가 집단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아가 가족의 동의 없이 화장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자 인도 시민들은 분노하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현지매체는 뉴델리 경찰이 힌두교 승려 1명과 화장장 직원 3명 등을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4명의 남성은 지난 1일 뉴델리 남서부 지역 화장장 근처로 물을 기르기 위해 온 9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했다.

이들은 소녀의 부모를 불러, 소녀가 냉각기에서 물을 긷다가 전기에 감전돼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될 경우 의사가 부검 과정에서 장기를 몰래 팔 것”이라고 겁을 준 후 시신을 화장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남성들이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소녀의 어머니는 “그들은 우리의 동의도 없이 딸을 화장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돈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현지에선 연일 시위가 이어지면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이들의 사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어린 소녀에게 정의를 달라”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에 아르빈드 케리지왈 델리 주총리 역시 “야만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델리의 법질서 상황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범인들에게 최대한 빨리 사형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 지도자인 라훌 간디도 "달리트의 딸 또한 국가의 딸"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게재했다.

한편 인도는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회 전역에는 아직 카스트 차별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스트 제도는 승려 계급인 브라만, 군인·통치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 계급인 바이샤, 천민 계급인 수드라 4계급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다시 성(姓)과 직업 등에 따라 3000여 개의 하위 카스트가 있다. 여기에 포함되지도 못하는 최하층민이 달리트로 구분된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하루 평균 90건 내외로 발생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건은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여전히 달리트 여성을 겨냥한 성폭행과 살인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