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풍토병으로 토착 가능성 높아..치사율은 낮아질 것"
[서울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풍토병’으로 전환해 토착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용석(사진) 경희대 생물학과(바이러스학) 교수는 12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과학기술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공동주최한 ‘과학기술 관점에서 본 코로나19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그동안 바이러스 중 근절된 것은 천연두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풍토병은 특정 지역이나 인구집단에서 감염 사례가 계속 나오는 경우를 뜻한다.
코로나19를 근절 하려면 효과적으로 백신(예방접종)이 상용화되고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오고 자연숙주와 매개숙주 등이 사라져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의 토착을 막으려면 사람 간 감염고리를 차단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앓다 회복된 사람에게 뚜렷한 면역성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일부 연구도 있다.
정 교수는 “만약 중간동물 숙주가 제거되지 않고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이 없을 경우 중동의 메르스, 감기, 독감 등 코로나19도 풍토병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독감처럼 계절성으로 나타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치료 신약과 백신이 개발되다가 유행이 사라지자 중단된 바 있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세번째 코로나 바이러스인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라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한다. 당장은 기존 에볼라나 에이즈(HIV) 치료제 등 항바이러스제를 재활용하는 임상실험이 중국, 한국 등 여러나라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앙임상위원회는 지난달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 중증인 경우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나 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들 약물은 지난 2015년 메르스 때도 사용돼 일부 효과를 봤으나 아직 코로나19에 효능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발병해 다음해 우리나라로 넘어와 그해 여름 소멸했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수그러들 것이라고 기대도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스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80% 가량 일치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의 전자현미경 사진. ① 세포 내에 가득 모여 있는 바이러스 입자 ② 세포 밖으로 이동 중인 바이러스 입자 ③ 세포 밖으로 터져 나온 바이러스 입자. /사진제공=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정 교수는 “코로나19는 매우 빠른 전파력을 갖고 있고 무증상 감염 가능성도 있다. 감염 경로가 다양하고 (해외로부터) ‘역유입’ 가능성도 있다”며 타입을 들어 특징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의 변종출현이 논란이 됐는데 상당히 공격적인 L 타입이 아직까지 상당수 많이 있고 비교적 덜 공격적인 S 타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첫 발병지인 중국 우한은 L 타입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우한 이외 중국의 다른 지역과 해외국가들의 경우 S형의 비중이 상당히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환자 한 사람에 두 타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찾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류지엔 베이징대의대 교수(중국과학원 소속)은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L형과 S형이 있고 이중 L형이 우한 지역에서 유행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치명률(치사율)은 낮아질 것”이라며 “다만 감염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출현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치사율은 0.8%가량으로 2~3%인 미국·일본은 물론 4~6%에 달하는 중국·이탈리아·이란에 비해 훨씬 낮다. 이탈리아와 이란은 중국의 내륙과 해상 신(新) 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거점국가다.
이 자리에서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있고 사망률도 2% 안팎이며 재발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매년 감염이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며 “반면 사스처럼 1년 내로 잠잠해질 가능성도 있고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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