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보이스피싱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최근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한 20대 청년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재 해당 보이스피싱 사건 인출책을 검거해 중간책 등 윗선의 행방을 추적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전북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는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A씨가 돈을 두고 간 주민센터 보관함 주변
CCTV 화면을 분석하는 등 범인의 행방을 쫓기 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보관함을 열고 A씨가 두고 온 현금 420만원 가량을 가져간 것으로 의심되는 B씨를 특정해 검거했다. 수사기관은 B씨를 이번 보이스피싱 집단의 인출책으로 보고 사기 혐의로 입건한 뒤 B씨가 돈을 가져가 전달한 중간책 등 윗선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이처럼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검거하더라도 나머지 일당들을 모두 검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의 경우 인출책은 윗선의 지시를 받아 돈을 가져오는 작업만 담당한다. 지시가 내려온 윗선을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출책은 보통 인터넷 상에서 '고익 알바' 등의 미끼를 통해 구해지는데 이들은 단순히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수준이라 범행 가담 정도가 높지 않고 누적 범행 수를 파악하기 힘들어 재판에 넘겨져도 높은 형량을 선고받진 않는다.
이에 수사기관은 인출책을 중심으로 돈이 전달된 중간책과 실제로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콜센터 등 윗선 검거에 주력한다. 하루에도 몇백, 몇천건씩 보이스피싱 전화를 돌리고 문자를 보내는 콜센터 위치를 파악해 주범을 검거하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범이 운영하는 콜센터가 대부분 중국, 필리핀, 태국 등 외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국가 내 콜센터 위치를 파악하더라도 검거 및 국내 송환이 쉽지 않다는 게 사정당국의 설명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마약 등 다른 초국가 범죄와는 달리 국제 공조 시스템이 아직 미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사기관이 수사를 마쳐 현지 수사기관에 검거를 요청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검거에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국내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기관들은 협의체를 만들어 단속에 나서고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대책협의회'가 대표적이다. 이 협의회에는 현재 금융감독원, 법무부,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보이스피싱 등 통신 관련 범죄 대응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대표적인 수사기관인 경찰과 보이스피싱 국제대응 태스크포스(
TF)를 운영 중인 대검찰청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앞으로 보이스피싱 관련 수사정보를 공유하고 국제협력체제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수사정보를 공유한 뒤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을 통한 범인 검거가 조금 더 용이해질 전망이다.
앞서 A씨는 지난달 20일 보이스피싱 범행 일당으로부터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이들로부터 수사에 불응하거나 전화를 끊으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및 벌금형을 받게 되며 전국에 지명 수배령이 내려진다고 협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속해서 이들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같은달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같은 내용은 A씨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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