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만에 韓선원 석방했지만…이란 "선장과 배는 못떠난다"
이란이 해양 환경 오염을 이유로 억류 중이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 선원들을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박에 대한 억류는 해제하지 않았고, 선장도 이란을 떠날 수 없도록 했다.
외교부는 2일 밤 보도자료를 내고 “오후 6시50분에 이뤄진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 간 통화에서 아락치 차관은 ‘이란 정부가 선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에 대한 억류를 우선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차관은 “이란 측의 결정을 환영하며, 잔류 예정인 선장과 선박 또한 조속히 억류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아락치 차관은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동안 선장에 대해 인도적 처우와 충분한 영사조력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4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출발해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케미호가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며 선박을 나포했다. 그로부터 29일만에 선원들이 자유의 몸이 된 셈이다. 승선 선원은 20명으로, 한국 국적이 5명이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한국 외교부보다 먼저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국 선박 선원들이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고 이란 이르나 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선박과 선장의 위법 혐의에 대한 사법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재로 묶인 이란 원유 수입대금 동결 문제도 또 거론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양국 차관 간 통화를 언급하며 “양국은 한국 시중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한국 측은 조속히 이란 자원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석방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선장과 선박은 여전히 억류 중이란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이란이 동결 자금 해제 문제에서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처럼 일부 인원에 대해서만 억류를 해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은 선박 나포가 법률적이며 기술적 이유라고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동결 자금 문제와 연계해 한국을 압박해온 게 사실이다.
선사 측은 선장과 선박이 떠나지 못하는 이상 억류 해제가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케미호 선사인 디엠쉽핑 관계자는 “선원에 대한 억류를 해제해도 선장과 배를 붙잡아두고 있는 상황에선 나머지 선원들도 각자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 선원 전원이 선박을 관리하기 위해 남아있어야 하는 핵심 인력인데다, 미얀마 국적의 선원 10여명 역시 쿠데타 상황으로 미얀마에 입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말만 억류 해제일 뿐 이란에 묶여 있으면서 육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점 외에는 바뀌는 게 전혀 없다. 이란의 생색내기용 억류 해제에 오히려 허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지혜ㆍ정진우ㆍ이민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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