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요리사가 이 시국에 떡볶이 요리책을 낸 이유
홍신애는 바쁜 사람이다. 요리사, 오너셰프, 방송인, 빵집 주인, 칼럼니스트, 요리연구가, 푸드 스타일리스트, 전통주 홍보대사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일 욕심뿐 아니라 책 욕심도 많다. 2007년 첫 책 ‘맛 없으면 신고하세요1’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책을 썼다. 그랬던 그가 2016년 ‘홍신애의 제대로 집밥’을 마지막으로 책 발간을 5년 동안 쉬었다. 캠핑 음식, 파티 요리, 집밥 레시피 등 다양한 장르의 요리책을 펴냈던 홍신애가 긴 숨 고르기를 끝내고 선택한 건 한국인의 소울푸드 ‘떡볶이’다.
요리사 홍신애의 `모두의 떡볶이(맛있는 책방)`. 떡볶이 레시피30개와 곁들임 메뉴 레시피 10개가 실렸다.
“사람들이 제가 화려한 정찬 요리를 주로 만들고 떡볶이처럼 소박한 거에는 흥미가 없을 것이다고 생각하는데 저 진짜 떡볶이 매니아예요.”
2020년 12월 30일 출간과 동시에 2쇄를 찍었다는 홍신애의 ‘모두의 떡볶이(맛있는 책방)’에는 떡볶이 레시피 30개와 곁들임 메뉴 10가지가 담겼다. 딱 40가지 요리만 소개한다는 책 컨셉 때문에 100개가 넘는 레시피 중에 엄선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단다. 차돌 떡볶이라든지 된장 떡볶이, 떡볶이 그라탕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메뉴들은 빼고 요즘 트렌드에 맞게 채식 떡볶이 레시피를 새로 개발해 책에 넣었다.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만큼 소중한 건 각각의 떡볶이에 담긴 이야기들이다. ‘토마토 고추장 소스 떡볶이’와 ‘낙지볶음 떡볶이’에는 친정엄마와의 추억을, ‘페스토 크림 떡볶이’에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곁들여져 읽는 맛을 더한다.
아무리 유명한 스타셰프라도 코로나 앞에선 그저 자영업자다. 부산에 있던 빵집과 레스토랑 ‘솔트1’은 폐점하고 현재 솔트2호점만 운영하고 있다. 요식업계에서 알아주는 마당발답게 만화가 허영만과 가수 성시경이 추천사를 썼다. 방송인 전현무 역시 홍신애 요리 팬이다. 특히 그가 만든 김치를 정말 좋아한단다. “현무는 실제로 제 밥 오래 먹고 살았죠. 현무 라디오 출현 할 때 제가 아침 도시락을 싸갔으니까요. 3년간 같이 아침을 먹었네요.”
‘모두의 떡볶이’이는 그의 12번째 책(공저 포함)이다. 처음엔 김치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회의를 거듭하면서 ‘떡볶이’로 바뀌었다. 회의 때마다 떡볶이를 해 먹었는데 이럴 바엔 떡볶이 책을 내는 게 어떻겠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다가 정말로 방향을 틀게 됐다고.
책 프롤로그에는 ‘홍신애의 떡볶이 인생사’가 실려있다. 상도동에 살던 어린 시절, 아버지 약국 앞 리어카에서 떡볶이를 맛보고 사장님의 노하우를 알아내기 위해 매의 눈으로 떡볶이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고 10대 시절에는 떡볶이 맛집을 찾아 ‘떡볶이 원정’도 다녔다. 22살에 남편을 따라 미국에 갔을 적엔 ‘떡볶이 향수병’에 걸려 직접 떡을 뽑아 떡볶이를 해 먹을 정도였다.
“모든 순간에 떡볶이가 있었어요. 인생 첫 혼밥이 리어카 떡볶이였고 애인이랑 이별하고, 일이 잘 안 풀리고 화가 나도 또 집에 외롭게 혼자 있을 때도 떡볶이를 먹었어요. 냉장고 청소도 떡복이 요리를 해서 하고 손님 대접할 때도 떡볶이를 내요.”
그의 떡볶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건 TV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였다. 방송 촬영을 위해 방방곡곡을 다닐 때에도 시간을 쪼개 꼭 그 지역의 유명 떡볶이집을 찾았다. 떡볶이에도 트렌드가 있냐는 물음에 그는 “옛날에는 떡볶이가 그저 길거리 음식으로 치부됐었다. 시대별로 명확히 구분되는 트렌드는 없는 것 같지만 지역적 특색은 분명히 있다. 남쪽에선 고추장을 많이 쓰고 서울·경기지역은 기름 특히 참기름이나 육류 등을 섞는다”고 설명했다.
홍신애가 말하는 맛있는 떡볶이의 첫 번째 조건은 육수. 어묵 국물이 그 집 떡볶이의 맛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칠맛을 위해 양배추를 이용한다. 두 번째는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는 셋이 먹을 때 더 맛있다는 것.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누구와 함께 먹는지 먹는 분위기에 따라 떡볶이 맛이 달라진다. 요리 측면에서도 1인분만 끓이는 것보다 대량으로 조리할 때 맛이 깊어진다고 한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뭉근히 푹 끓여 재료의 맛을 극대화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인생 떡볶이집 5곳만 꼽아달라고 했다. 그중 정확한 상호를 가지고 아직 장사를 하고 있는 집 세 곳만 지면에 다룬다. “애플 하우스! 여기는 만두 먹으러 가는 떡볶이집이에요. 떡볶이 먹고 1층 보세옷집 가서 쇼핑하는 게 코스였죠. 제주도 ‘한치앞도모를바다’는 상호명처럼 한치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즉석 떡볶이를 팔아요. 협재해수욕장과 가까워 물놀이 직후 곧장 뛰어가서 먹는 집이에요. 가시면 꼭 감자전도 주문하세요. 부드러운 감자전에 매콤한 떡볶이 싸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마지막으로는 부산 깡통시장 리어카 골목의 74번집이요. 고추장 물엿 떡볶이인데, 떡볶이 먹고 옆 골목에 가서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먹으면 완벽합니다.”
사진=맛있는 책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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