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귀국 한국인 "우린 코리안 아닌 '코로나'로 불렸다"

2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인천으로 향하는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리안이 아닌 ‘코로나’로 불렸다.”
이스라엘에 체류하다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여행객 김모(39ㆍ사진작가)씨의 얘기다. 그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계속 늘자 현지에서 꼼짝도 못 할 정도로 한국 여행객의 이동이 제한됐다”며 “숙소에서 나오면 현지인이 우리에게 공항으로만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를 비롯한 한국인 관광객 196명은 이스라엘 항공 LY065편을 통해 이날 오후 3시 1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앞서 한국인 관광객 221명을 태운 이스라엘 1차 전세기(LY063편)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에 들어왔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은 게이트 입구에서 검역소 직원 10명이 나눠주는 ‘건강상태질문서’를 받아 작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입국 금지로 조기 귀국길에 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한 승객은 발열 감지기를 통과한 뒤 F 입국심사대로 안내됐다. F 심사대는 중국인 전용 심사대 승객을 위해 만든 특별심사구역이다.

일부 여행객은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여행객은 “우리가 마치 코로나라도 걸린 사람 취급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코로나 청정국가라 일반인과 같은 입국 수속을 받는다”며 “F 심사구역은 49번 게이트와 가까워 배정됐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입국 금지로 조기 귀국길에 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 대부분은 오랜 비행으로 지친 모습이었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입국 심사를 진행했다.

교인 21명과 성지순례를 다녀왔다는 백령도 진촌교회 이철 목사는 “1년 동안 성지순례 준비를 했는데 예루살렘을 못 가고 돌아와 아쉽다”면서 “그래도 한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신속하게 돌아올 수 있는 항공편을 마련해줘 전원 무사히 귀국했다”고 했다.

영등포 한영교회 교인인 김치철(60)씨는 “이스라엘에 다녀온 교인 45명이 2주 동안 격리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자신을 스스로 지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코로나19의 확산방지를 위해 이스라엘 정부가 우리나라 성지순례객의 조기귀국에 제공한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날 정부와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 여행 중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한국인을 위해 임시 항공편 2대를 제공했다. 이날 전세기로 귀국한 한국인은 417명이다.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벤구리온 공항을 출발한 1차 항공기는 한국인 221명을 태우고 25일 오전 9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2편의 전세기 운항 비용은 이스라엘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입국 금지 조처를 한 만큼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1~2차 전세기를 통해 4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이스라엘 내 한국인 관광객은 500명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나머지 한국인 관광객의 귀국일정에 대해 외교부는 “이스라엘 정부와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2일 저녁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KE957편에 탑승한 한국인 130여명의 입국을 금지하고 비행기에 대기시킨 뒤 한국행 귀국 조치를 했다. 최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뒤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 일부가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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