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사진 하얀데 환자 무증상…코로나 다른 폐렴과 매우 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환자들이 초기에는 감기ㆍ몸살과 구분하기 어려운 가벼운 증상을 느끼고, 심한 폐렴으로 진행하더라도 환자 본인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중증 폐렴으로 진행하더라도 사망하는 사례는 일반 바이러스성 폐렴에 비해 적은 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임상위원회는 확진 환자를 치료 중인 병원 의료진이 만든 조직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임상 증상과 치료법 등을 공유ㆍ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문가 조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중앙임상위원장), 방지환 중앙감염병원운영센터장,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환자ㆍ고령자들이 밀집해 생활하는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이러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료진, 각 격리병상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의료진을 보호하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3시 기준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11명이다. 이들 중 7명이 경북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의 장기 입원 환자다. 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폐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고, 오랜 투병으로 인해 전반적 건강 상태가 불량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폐렴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
위원회는 또 청도대남병원을 제외한 다른 사망환자 역시 만성신부전 등으로 건강상태가 불량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폐 등 기저질환과 불량한 건강상태(면역력 저하)가 코로나19 감염 후 질병의 급속한 진행과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명돈 교수는 중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표한 환자 상태별 사망통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오 교수는 “가벼운 증상인 사람 3만8000여명 중 사망자는 1명도 없었고, 중증 환자 6168명 중에서도 사망자가 0명이었다"며 "중국CDC는 호흡수가 분당 30회 이상, 혈액ㆍ산소포화도가 93% 미만, 흉부방사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에서 폐 침윤(침범)이 50% 이상 상당한 정도의 폐렴있는 환자를 중증환자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사망 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코로나19는 다른 폐렴과는 매우 다른 특이한 소견을 보인다. 제가 이 분야에서 30여년 넘게 환자를 보는데 이 폐렴은 그간 본 폐렴과 매우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환자는 폐렴이 있는데도 별로 심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의료진이 폐 사진을 보면 하얗게 변해서 깜짝 놀라는데 환자는 별 증상이 없다. 그런데 콧줄로 산소 공급하고 안정시키면 회복이 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만약 메르스 환자였다면 이런 환자 대부분이 중환자실에 가서 인공호흡기를 걸어야 할 정도의 폐렴 소견인데, 저희가 예상한 것과 달리 환자가 비교적 조용하고 인공호흡기 걸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아직 국내 환자 수가 1000명 수준이고 앞으로 더 관찰해봐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폐 침윤 50% 이상 호흡수 30회라는건 가벼운 폐렴이 아님에도 그런 환자 6000여명 중 사망자 없다는 중국 통계를 보면 앞으로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오 교수는 앞으로 환자가 늘어나게 되면 증상이 경미한 환자는 의료기관이 아닌 집에서 머무르며 치료를 받도록 해야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 모든 의료시설이 이 환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 데이터에 따르면 80%의 환자가 가벼운 환자고 이들은 결코 사망한 환자가 없는 걸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가 가벼운 환자들, 집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걸러내고 폐렴있는 중증 환자는 2차, 3차 의료기관을 가고 심각한 환자는 중환자 치료 가능한 3차 의료기관,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만 밀려드는 환자를 적절히 치료해서 더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코로나19 국내 세번째 사망자인 경북 경주시 40세 남성의 경우 기저질환은 있었지만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환자 사례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지환 센터장은 “세번째 사망자의 경우 중앙임상위원회가 의무기록을 아직 받지 못했고, 부검 또한 하지 않아 현재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방 센터장은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으로 기저질환자를 꼽는다. 고혈압ㆍ당뇨병이 있더라도 약 꾸준히 잘 먹고 조절 잘되면 심각하지 않지만 조절이 안되는 경우 (감염되면)심각할 수 있다. 또 폐ㆍ심장ㆍ간ㆍ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 그외 면역기능저하 동반한 질환 있는 분들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 병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다. 어떤 경우에 사망확률이 높다는 건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30대에 젊고 특별히 기저질환 없는 환자도 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안과의사 이월량이 대표적인 사례다. 왜 그런 사례가 나타나는지 아직은 잘 모른다. 통계적으로는 그런 케이스가 있긴 있지만 0.1%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많아지고, 기저질환이 있으면 1%, 5%, 10%로 사망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위험 요인이 없다해서 0%라는 건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왜 사망하는지 아직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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