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홈플러스 '시련의 계절'…숨통 조여오는 사모펀드
홈플러스, 구조조정·자산 매각에 노사갈등↑
이마트 신용등급 강등…"당분간 개선 힘들어"
SSG닷컴 IPO 풋백옵션 조항 '리스크' 부각
업황악화 타격…'손실 줄이는 회수전략' 전망[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소비 패러다임 변화로 실적 악화에 허덕이면서 이마트(139480)와 홈플러스에 투자한 사모펀드(PEF)들의 계산기가 바빠지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구조 조정과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에 나서자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신용평가사들의 연이은 신용등급 하락과 마주한 이마트는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이 2023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재무적투자자(FI)와 체결한 풋백옵션(소유주식 매도 권리) 기한이 다가오면서 부채 부담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수년째 이어진 업황 악화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유통업계와 사모펀드간 긴장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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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자산매각에 노사갈등 깊어진 홈플러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18일과 2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와 MBK 본사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는 2015년 인수 당시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도리어 매장을 팔아 1조9000억원을 빼 가고 배당금으로 1조2000억원을 가져 갔다”며 “홈플러스의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으로 직원 4000명이 줄었고 강제 전배와 인력 돌려막기 등 무리한 인력 운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세일앤 리스백 자금은 대주주에게 간 게 회사 재무 건전성에 활용했다”며 “5년간 배당금은 10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연기금에 우선 배당했으며 4000명 구조조정은 외부 협력업체들 계약 종료일 뿐이다”고 반박하며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띄고 있다.
MBK는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Tesco PLC)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규모는 7조2000억원으로 아시아지역 최대 바이아웃(buyout)이었다. 홈플러스 인프라를 발판 삼아 유통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계산에 통 큰 베팅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유통업계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트 대신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는 ‘엄지족’이 급부상하자 오프라인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차입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추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인 ‘홈플러스 리츠’ 상장 무산도 타격이 컸다.
MBK는 지난해 10월 인수금융 재조달(리파이낸싱)을 통해 2조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면서 리츠 상장으로 갚으려던 대출을 연장했다. 리츠 재상장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김영준 홈플러스 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업황 악화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를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노사가 모여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인력 감축이나 부동산 매각을 통해서만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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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신용등급 줄하락에 풋백옵션 리스크
이달 들어 나이스신평과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무디스로부터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받은 이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 겸 시니어 크레딧 담당자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BB+’ 등급에 해당하는 투자부적격 등급)로 강등한 이후 “이마트의 수익성 및 재무 레버리지 비율은 향후 1~2년간 의미 있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BRV) 등 재무적투자자(FI)와 1조원 규모 투자금 유치 과정에서 체결한 풋백옵션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약정에 따르면 어피너티와 BRV는 지난해 3월 SSG닷컴에 1차로 7000억원을 출자했고 2022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입 예정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매수청구권이다. FI는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매출(GMV) 요건이나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이듬해 5월부터 2027년 4월까지 보유 주식 전부를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에 되팔 수 있다.
한신평 측은 “이마트는 옵션 행사 가능성을 감안해 총 투자 7000억원 중 3800억원을 기타금융부채로 잡고 있고 이런 사항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 새 유통업계 패러다임에 예상치 변화가 찾아오면서 투자를 집행한 사모펀드들의 자금 회수 전략도 본격화할 것”이라며 “수익성 극대화가 아닌 손실 감소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보수적이고 냉철한 회수 전략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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