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자료사진국내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의 경쟁자인
BBQ와
bhc는 한때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bhc의 모회사였던 제너시스
BBQ가
2013년
bhc를 매각하면서 남남이 됐고, 현재는 영업기밀 등을 둘러싼 민·형사소송으로 얽힌 숙적이 됐다. 최근
BBQ가
bhc에 치킨소스 등을 독점 공급받기로 한 계약을 끊어 손해를 입혔다며
bhc에 약
300억원을 물어내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재판장 임기환)는 지난
14일
bhc가
BBQ를 상대로 낸 상품공급대금 등 소송에서 “
BBQ가
290억
6500만원을
bhc에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bhc에게 소스와 파우더 등 원료를 독점 공급받던
BBQ가
2017년
10월 상품공급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해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BBQ는
bhc가
BBQ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통해 영업기밀을 빼내 신메뉴를 개발하는 등 계약을 해지할 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형제사이였던 BBQ·bhc 치킨 전쟁 왜?두 회사의 법정다툼은
2000년대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bhc는
1997년 ‘별하나치킨’이란 이름으로 창립해
2000년
bhc로 브랜드 이름을 변경했다. 콜팝치킨 등 독특한 메뉴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2004년 조류독감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다 제너시스
BBQ에 인수됐다.
bhc는 한동안
BBQ의 자본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으나 그룹의 자원이
BBQ에 몰리면서
2010년 이후 성장이 정체됐다. 3년 간 신제품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룹의 맏형
BBQ도 사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굽네치킨 등 다양한 후발주자들이 나오면서 톱스타 걸그룹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치킨업계 마케팅 전쟁이 격화됐다. 무리한 확장 끝에
2012년 말
BBQ는 부채비율이
755%에 달하는 등 경영위기에 빠졌다.
BBQ는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그룹(당시
CVCI)에
bhc를
1130억원에 매각했다.
BBQ에서 글로벌사업 대표를 맡고 있던 박현종 현
bhc회장은 이때
bhc로 옮겼다.
bhc는
BBQ와
2013년 6월 물품공급대금 계약을 체결했다.
10년 간
bhc가 제조한 치킨소스와 파우더를
bhc의 영업이익률이 연
19.6% 유지되는 가격에서
BBQ에 독점 공급하며, 문제가 없으면 계약을 5년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BBQ가 로하틴에
bhc를 매각할 때 몸값을 높이기 위해 계약내용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이 계약으로
bhc는
BBQ의 경쟁관계인 동시에 원료를 공급하는 협력관계가 됐다. 이 기묘한 관계가 소송전의 불씨가 됐다.
두 회사의 관계는
2014년 로하틴이 “
BBQ가
bhc의 매장 수를 부풀려 팔았다”며
BBQ를 국제상공회의소(
ICC)에 제소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ICC는
2017년 “
BBQ가
98억원을 배상하라”고 중재 판정을 내렸다.
BBQ는
bhc가 원료를 운송하면서 트럭에
BBQ 대신
bhc로고를 달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배송트럭의 광고용 로고 내용은 계약사항이 아니라며 법원은 이 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bhc의
2013년 영업이익률이
21.72%로 보장 영업이익률(
19.6%)을 넘어서자 대금 지급을 두고도 두 회사는 법정 분쟁을 벌였다.
bhc 매각 이후 두 회사의 명암은 엇갈렸다. 해외진출을 추진하던
BBQ는
2014년 부채비율이
1500%까지 치솟는 등 좀처럼 경영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던 반면,
bhc는 로하틴의 투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가맹점 수에서
BBQ를 추월했다.
‘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치킨집 창업은
2014년
9700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까지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폐업이 창업보다 많았다. 국내 치킨 시장이 포화상태가 된 시점부터 한 지붕 아래 있었다 갈라진 두 회사의 갈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bhc가
BBQ를 앞지르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패였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레드 오션이 된 치킨시장이 소송전의 한 원인인 셈이다.
■ BBQ 영업이익보다 큰 배상금, 실제 배상할까갈등은
BBQ 출신
bhc 임직원들이
2015년과
2017년
BBQ 전산망을 해킹해 경영기밀을 빼갔다고
BBQ 측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BBQ는 박 대표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bhc와 물품공급계약을 끊었다.
bhc는
2018년 물품공급계약 해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BBQ는 정보 유출 의혹 등을 들어
bhc가 먼저 신뢰관계를 해쳐 계약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법원은
bhc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
BBQ)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
bhc)가 피고와의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부당한 행위를 했다거나 이로써 이 사건 상품공급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보유출 의혹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BBQ에서
bhc로 옮긴 직원들의 노트북에서
BBQ 신제품의 개발 관련 보고서들이 발견됐으나 이직 전 저장해 둔 문서로 빼돌린 것이 아니라고 봤고,
BBQ가 유출 의혹을 제기한 정보들은 원료 공급 협력업체로서
bhc가 정당하게 획득한 정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
BBQ)의
2017년
10월
30일자 해지통보는 그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며
BBQ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정상 계약 종료시점인
2028년6월
28일까지의 예상 매출액에 계약상 영업이익률
19.6%를 곱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관심은
BBQ가 실제 배상할 지에 쏠린다. 법원이 결정한 배상액은
BBQ의 한 해 영업이익
259억원(
2019년 기준)보다 큰 액수이다. 다만 코로나
19 여파로 배달음식 주문이 늘면서 치킨업계가 전반적으로 지난해 호황을 누리는 등
BBQ의 자금여력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Q는 1심 판결이 치우쳤다 평가하고 항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hc 박 회장의 형사재판이 남아 있다는 점도 변수이다. 앞서 검찰은 박 회장의 영업기밀 유출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으나,
BBQ가 서울고검에 항고해 재기수사가 이뤄졌다. 서울동부지검은 형사5부(부장검사 하동우)는 지난해
11월 박 회장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대표가
bhc사무실에서
BBQ 전·현직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접속해
BBQ 내부망에 접속해
ICC 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했다고 보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
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