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에서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한해 7000만 명 넘는 내외국인이 이용하는 인천공항.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저지의 1차 관문인 인천공항에선 가용 장비와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차단에 총력전 펼치고 있다. 검역관들은 비행기에서 내린 여러 나라 입국자들 대상으로 만에 하나라도 감염 의심 환자를 놓칠까 봐 발열 감지 카메라 열화상 화면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꼼꼼히 챙기고 있다.

12일 찾은 인천공항은 예전보다 사뭇 달랐다. 수많은 해외 여행객이 오가는 만큼 경비도 한층 삼엄했다. 긴장감은 감돌았고, 여전히 분위기는 무거웠다. 공항 이용객이 뚝 떨어진 탓인지 평소 북적대던 공항 식당가도 썰렁했다. 텅 빈 카페는 손님을 기다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점원은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고, 매장에 혼자 앉아 있는 손님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쪽잠을 청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는 마스크를 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일부 여행객들은 구역마다 설치 된 충전소 찾아 모여들었다. 여행객은 전자기기를 충전하면서 짐을 정리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충전소마다 손소독제도 비치 돼 있었지만, 손소독제는 사용하는 여행객들은 드물어 보였다. 쉬고 있는 여행객 사이로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행색을 보아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았다. 단출한 옷차림에 때가 낀 바지를 입고 누워 있었고,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듯 했다. 한눈에 봐도 노숙인처럼 보였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잠바를 얼굴을 가리고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공항 특성상 노숙은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인천공항도 마찬가지. 특히, 인천공항은 구석진 곳 마다 팔걸이가 없어 혼자 편히 눕기에는 딱 맞는 ‘안성맞춤’ 의자가 많다. 오래 누워 있어도 여행객으로 생각해 간섭받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겨울철에 실내 온도는 항상 18도 내외로 유지 되고, 깨끗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노숙자의 천국’이라 불린다.

이날 인천공항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며 찬찬히 둘러보았다. 1층 외진 곳에서 무독 무리지어 자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 눈으로 봐도 오랜 시간을 바깥에서 보낸 것처럼 보였다. 신발을 벗은 채 잠을 자고 있어 노숙인처럼 보였다. 이들 중 한 사람은 잠자려고 노력하는 듯 이리저리 뒤척였다. 또 잠바로 머리까지 덮고, 맨발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신발 밑창은 닳아 떨어 질 듯 말 듯 했고, 양발은 신발 속에 들어 있었다. 낡아 보이는 캐리어 바퀴에는 투명테이프가 붙어 있었고, 때가 잔득 묻어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했다.

지난 12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여행객이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고 있다.

함께 있던 최모(64)씨도 “마스크도 없이 돌아다녀서 불안해”라며 “그 자리에서 먹던 것도 버리고, 잘 씻지도 않아”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3층 출국장 14번 출입구 인근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8명의 사람이 세 자리를 차지한 채 누워 있었다. 이들 중 5명은 잠바로 얼굴까지 덮고 있었다. 공항관계자 출입하는 입구 콘센트에는 여려대 스마트 폰을 충전 되고 있었다. 충전을 하면서 중국어로 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리지어 누워 있던 자리에는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잠바를 얼굴을 가리고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의자마다 팔걸이 혼자서 세 자리를 차지하고 누울 수 있다.

출국장 인근 충전소에서 만난 정모(32)씨는 “아무리 방역을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불안 하긴 하잖아요”라며 “마스크라도 쓰고 있으면 좋죠”라며 짧은 대답 후 자리를 떴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에서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