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재벌규제 적용 논란…"법대로" Vs "시대착오"
공정위, 2015년 이해진 회사 누락에 칼 꺼내
네이버 "예비조사단계 꼼꼼히 못 챙긴 실수"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에도 법 적용 논란[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집단을 따로 분류해 별도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해 대규모 내부거래 등 공시의무와 함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한다. 10조 이상 대기업은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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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많은 대기업들이 상호·순환출자, 내부거래 등 ‘선단식 경영’을 통해 경제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키우고 총수일가의 부를 축적해온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과거 대기업과 다른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네이버, 카카오 등 IT 대기업의 등장 등으로 ‘녹슨 칼’이 되고 있다. 이들 IT기업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은 과거 대기업집단과 달리 총수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공정위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계열사 신고 누락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한 사례는 ‘시대착오’적인 현행 규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 이해진 소유회사 신고 누락 고의적 Vs 직원 실수
공정위가 이번에 문제 삼은 것은 2015년 이해진 네이버 GIO의 지정자료 허위제출행위 건이다. 네이버가 100%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의 임원이 보유한 회사들도 누락하기는 했지만 고발 결정이 이뤄진 핵심은 이 GIO가 100% 보유한 지음과 이 GIO의 4촌이 50% 지분을 보유한 화음의 신고 누락이다.
유한기업 지음은 2011년 11월 이 GIO가 개인적인 투자를 위해 설립한 컨설팅 회사다. 회사 대표는 이 GIO 남동생인 이해영씨다. 화음은 이 GIO의 4촌인 이해경씨가 지분 50%를 보유한 회사로 인천국제공항 내 외식업체다. 이 두 회사의 존재는 네이버가 2017년 자산 5조원을 넘어 정식으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을 때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5년 일종의 ‘예비조사’ 단계에서 이 GIO가 이를 누락한 것은 고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GIO가 최종적으로 지정자료 표지 및 확인서에 개인인감을 날인했기 때문에 본인 및 친족회사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 측은 직원 실수라는 입장이다. 당시 자산규모가 3조4000억원대여서 신고 대상인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이 아닌 만큼 일부 계열사 누락이 큰 문제가 될 것이란 생각을 못해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GIO에게 세세하게 물어봤어야 했는데 직원들의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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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원 이하 사전신고 때도 누락시 처벌
신고 누락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법정다툼이 벌어질 경우 가장 큰 쟁점은 자산 5조원 이하 기업이 일종의 ‘예비조사’ 단계에서 한 행위도 법위반으로 보고 고발할 수 있느냐다.
만약 자산 5조원에 근접한 그룹이 계열사 누락을 통해 대기업 지정을 피했다면 중대한 법위반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15년 네이버는 NHN엔터테인먼트를 계열 분리하면서 총자산이 3조4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누락한 20개 계열사의 자산은 3100억원에 불과했다. 합쳐도 4조원에도 미달한 만큼 이 GIO가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기 위해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정황에도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강행한 것은 예외 인정이 늘어날 경우 악용 사례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는 허위가 없어야 하지만, 이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대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이번 네이버 고발은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대상을 지나치게 넓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IT기업들의 지배구조는 과거 재벌에 비해 상당히 투명한 편이다. 총수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보다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요 결정이 이뤄지고,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CEO)가 운영한다. 이해진 GIO는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글로벌투자에 대한 주요 결정만 한다. IT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대부분 지주회사 형태를 띄고 있고, 총수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중이라고 해도 내부거래 등으로 문제를 야기한 전례가 없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국내에서도 미국의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새로운 대기업이 등장하는 게 경제력 집중 현상 해소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이런 기업들이 오히려 대기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제재를 받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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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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