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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귀차니즘? 7년째 같은 자리 지킨 동굴 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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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동굴 척추동물인 동유럽의 올름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기간 꼼짝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이레이 발라스 외, 프로테우스 프로젝트 제공.

유럽 남동부 석회암 동굴에 사는 ‘올름’이란 도롱뇽은 여러모로 특이한 동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척추동물로 길이가 40㎝에 이르는 이 양서류는 색소를 잃은 살구색 피부와 겉으로 드러난 나뭇가지 모양의 아가미 등이 독특해, 17세기 처음 발견했을 때는 ‘홍수 때 떠내려온 용 새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동안 밝혀진 이 도롱뇽의 삶은 극단적으로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 암컷은 12년마다 한 번씩 알을 낳고 수명은 100년이 넘는다. 도롱뇽을 위협할 천적도 경쟁자도 없다.

서식지인 캄캄한 동굴 개울에는 평균 수온 10도의 지하수가 연중 흐르는데, 이곳에 도롱뇽의 먹이인 동굴새우와 다슬기가 아주 가끔 나타난다. 물론 도롱뇽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10년을 버틸 수 있다.

게이레이 발라스 헝가리 에오트보스 롤란대 행동생태학자 등 헝가리 연구자들은 10년 전부터 동부 헤르체고비나 동굴에서 이 도롱뇽의 생태를 연구했는데, 잠수할 때마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조사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도롱뇽을 목격했다. 이 도롱뇽이 지난번 본 것과 같은 개체일까?

연구자들은 도롱뇽의 이동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특정 액체를 도롱뇽의 지느러미에 주입해 어떤 개체인지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후 주기적으로 어떤 도롱뇽이 어느 곳에 사는지 알아봤다.

연구자들은 ‘동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올름이 자기 자리를 극단적으로 고집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표지를 한 도롱뇽 37마리를 다시 포획해 확인한 결과 100일이 지날 때까지 10m 이상 움직인 개체는 10마리에 그쳤고 20m 이상 이동한 개체는 3마리에 불과했다.

도롱뇽은 평균적으로 1년에 5m를 이동했는데, 가장 멀리 이동한 개체는 230일 동안 38m를 움직였다. 대부분 여러 해 동안 이동한 거리는 10m 안쪽이었다. 그러나 도롱뇽 한 마리는 극단적으로 한 장소를 고집해, 2569일(7년) 뒤에도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울름은 긴 몸을 이용해 뱀장어처럼 빠르게 헤엄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움직임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레이 발라스 외, 프로테우스 프로젝트 제공.

늘 물이 흐르는 개울에 사는 커다란 동물이 이토록 꼼짝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게다가 이 도롱뇽은 긴 몸을 뱀장어처럼 휘두르며 재빨리 헤엄칠 능력도 있다. 시력은 퇴화했지만, 화학물질, 자기장을 감지하고 청각이 발달해 다양한 소통을 하고 방향감각이 뛰어나기도 하다.

혹시 도롱뇽이 평소엔 동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하필 조사가 이뤄질 때만 원래 장소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발라스는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동굴 안에 더 좋은 곳이 있고, 더 많은 먹이가 있는 곳이 따로 있다면 올름도 뱀장어처럼 돌아다니겠지만, 동굴은 그렇지가 않다. 도롱뇽이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굴 지형은 단조롭고 먹이 분포도 균일하게 희박해 도롱뇽이 여기저기 움직여 봤자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연구자들은 “도롱뇽은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도롱뇽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취약’ 종으로 올라 있다. 연구자들은 “낮은 번식률에 더해 극단적인 장소 집착이 동굴 수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이 도롱뇽을 매우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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