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이 꿈에도 나와"... 군대마저 바꿔놓은 '미스터트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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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이 꿈에도 나와"... 군대마저 바꿔놓은 '미스터트롯'

보헤미안 0 435 0 0

실로 오랜만이다. 아니, 온 가족이 함께 채널권 다툼 없이 볼 수 있는 세대 통합 프로는 처음인 듯하다. TV 앞에 둘러앉아 3박 4일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나눌 매개체가 생겼다.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탄생시킬 신개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결국 시청률 30%를 넘어 종편의 새역사를 쓴 <미스터트롯>을 두고 가족들이 일심동체로 외친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내가 트로트에 빠질 줄 꿈에도 몰랐어!"
 

  <미스터트롯>은 전작인 <미스트롯>의 열풍과는 크게 달랐다. 회를 거듭하며 다른 예능프로그램과는 달리 다양한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삶의 요소들이 가미된 것이다. 최근 3년간 편성된 정규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도 단연 최고다.
TV조선


 
군 부대에서도 본방사수하는 <미스터트롯>
 

그랬다. 일부 참가자의 노골적인 노출로 인한 선정성 논란도 일긴 했지만 <미스터트롯>은 전작인 <미스트롯>의 열풍과는 크게 달랐다. 다른 예능프로그램과는 달리 다양한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삶의 요소들이 회를 거듭할 때마다 새롭게 가미됐다. 최근 3년간 편성된 정규 예능 프로그램 중 시청률도 단연 최고다.
 
<미스트롯>과 '유산슬'로 인한 트로트의 열풍을 고려하더라도,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분명 대단한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각 연령대에 열풍의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은 다양했지만, 대부분은 "트로트가 50대 이상만 듣는 가요 장르라는 편견을 깼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해군부대에 근무하는 아들과 <미스터트롯>에 출연 중인 김희재가 같은 생활관에 근무하는 동료란다.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본선에 진출한 '남자 이미자', 이미 14살에 <스타킹>에 출연해 신동 소리를 들었던 바로 그 김희재다.

덕분에 최근에는 목요일 밤이면 늦은 밤까지 TV 시청이 자유롭단다. 목요일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영내방송을 통해 이런 공지가 나온다고 전한다.
 
"오늘 밤에도 자랑스러운 우리 해군 동료 김희재 병장이 <미스터트롯>에 출연하오니 특별 야간 TV 시청을 허용합니다. 영내에 있는 전 부대원들은 적극적으로 시청 바랍니다."

 
덕분에 1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본방을 사수한 아들에게 <미스터트롯> 열풍에 관해 물었다.
 
"김희재 병장 출연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좋아했을 거예요.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슈퍼스타K 등과 방식이 유사해 오디션 프로에 익숙한 20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와 군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들이 합숙을 통해 준비하는 과정들이 트로트에 대한 거부감도 줄여주는 것 같아요. 아, 김희재 사인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아빠 이름으로 사인받아드릴 테니까요~"
 
광양에 사는 63년생 박형규씨는 출연자 가운데 정동원에게 확 꽂혔단다. 정동원이 출연한 장면만 인터넷 다시 보기로 이미 수십번 봤고, 조만간 정동원의 아빠가 운영하는 경남 하동의 식당에 갈 거라며 벼르고 있단다. 

박씨는 "노래에 인생을 다 담았어, 몇십 년 살아온 나보다 더 낫다니까. 어떻게 된 게 노래를 덤덤하게 부르는데도 가슴에 큰 멍 자국을 남겨.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 난 일부러 노래방 가서 동원이 생각하며 보릿고개를 3번이나 불렀다니까"라며 극찬했다.

"트로트로 마음까지 위안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미스터트롯>이 전국 시청률 30.4%(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8회(2월 20일) 방송 후, 인근에 사는 40대 처제는 일명 '미스터성악' 김호중의 출연 장면을 잊지 못한다.
TV조선


전국 시청률 30.4%(닐슨코리아 유료방송 가구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종편 사상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8회(2월 20일) 방송 후, 인근에 사는 40대 처제는 일명 '미스터성악' 김호중의 출연 장면을 잊지 못한다.
 
"흰색의 수트를 입고 표정에서 품어 나오는 회한… 성악 전공자가 전통 트로트 가수 최진희 이상의 감성과 가창력을 선사한 '천상재회'의 무대는 마치 가곡을 듣는 듯했다."

처제는 이렇게 말하며 끝내 인스타그램에 TV 화면을 찍어 올리고 다음과 같은 태그를 달았다.
 
'#김호중만세 #미스터성악 #어머_이건_꼭_봐야_해 #본방사수 #목요일은미스터트롯 #남편도미스터트롯 #아내도미스터트롯 #리모콘싸움할일없는목요일은미스터트롯 #장영란은왜안나와 #가곡이왜거기서나와'

 
주위에 있는 지인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살다 살다 트로트 프로그램으로 안구정화에 마음까지 위로받을지는 꿈에도 몰랐다"라며 사연을 전했다.
 
"요즘 우리 집은 목요일 밤에 이거 보는 재미로 산다니까. 난 마음마저 울려주는 영탁이가 제일 좋아!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 영탁이 꿈에도 나온다니까."
 
"훈훈한 외모에 춤과 피아노 실력, 인간성까지... 아, 난 심쿵댄스 임영웅이 얼굴이라도 한번 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난 '진또배기'란 노래를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아, 노래가 너무 어울리는 거야. 덩실덩실 청국장 같은 목소리 이찬원이 더 멋지지 않아?"

 
그랬다. 서민들의 사는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출연자들의 사연은 곧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 참가자들의 경연과 별로 관련 없는 일상과 그들의 살아 온 이야기는 마치 내 가족의 사연인 듯 공감을 이루고 무대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게다가 출연자들 모두 숨은 고수답게 무대에서 지난날의 슬픔과 고뇌를 노래에 녹였다. 아마도 이들이 슬픔과 한맺힘의 정서만을 표현했다면 시청자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지는 않았으리라. 그것을 적절히 억누르고 정화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기성 가수들이 이토록 멋진 매력을 담아 트로트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미스터트롯' 숨은 일등공신 장영란 마스터
 
여기에 심사단의 적절한 리액션은 덤이었다. 그 중에서도 <미스터트롯>에 빠져서는 안 될 일등 공신이 있다. 그는 바로 장영란 마스터다. 그녀는 단지 심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녹화 내내 참가자들의 실수에도 언제나 기립박수로 격려해주는 최고의 마스터다. 언제나 흥 넘치고 <미스터트롯>에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인 것이다.
 
그녀가 트로트 전문가가 아니라는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전국 각지의 숨은 트로트 고수에게 필요한 건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어쭙잖은 심사가 아니라 진정한 격려와 위로이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 열풍의 비결은 30여 년간 인기를 누린 KBS <전국노래자랑>의 장수 인기 비결과 똑 닮았다. 남녀노소가 똑같이 맨땅에 앉아 공연을 즐기다 흥에 겨우면 아무 때나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뜨거운 그 무엇 말이다. 

<미스터트롯>은 <전국노래자랑>의 흥을 한 차원 높인 스튜디오 버전이라 보면 맞겠다. 이 프로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레전드 미션의 막이 올랐다. <미스터트롯>의 모든 과정과 환희가 오래도록 지속하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니리라. <미스터트롯>이 코로나의 혼란과 공포를 관통하며 이겨내는 문화적 원동력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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