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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물에도 인명구조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던 분이었습니다.”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 목숨을 잃은 고 유재국 경사(39)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영정 사진 속 유 경사는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다 흙탕물로 물 속이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사는 맨몸으로 뛰어들어 물 속을 손으로 짚어가며 수색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이며 한강에 빠지고 말았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어렵사리 유 경사를 구조했지만 이미 한참동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심폐소생술(CPR) 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사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함께 2인1조로 현장에서 작업했던 경찰은 “시야 확보도 어려웠고 물살도 너무 거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유 경사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의 인사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사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유 경사는 순직 직전까지 한강경찰대에서 5년간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경찰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서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법이나 수영법 등 자신이 배운 걸 동료와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경사는 쉬는 날에도 따로 시간을 내 잠수와 수영을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질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사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사진 한 장 준비하지도 않은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사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물 속에 사람이 뛰어들었다”며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사가 타고 있었다. 한강 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유 경사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사 같은 경찰 덕분에 한강도 그리 절망스러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경사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 긴장상태로 일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투신한 이들의 시신 인양도 담당한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사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전보해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경찰은 순직한 유 경사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하고,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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