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미스터트롯' 열풍의 진짜 비밀은 이것!
트로트 장르 되살린 ‘기획’의 성공
고령화 현상으로만 봐선 안돼
2549 시청률도 지상파예능의 3배
지금 60~70대는 젊은 시절 포크 문화 주도
트로트 담는 틀 ‘젊게’ 바꾸니 전 세대가 열풍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파죽지세 시청률 기록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4회에서 시즌1 ‘미스트롯’ 최고시청률 18.1%(AGB닐슨)를 넘겼고, 5회에선 JTBC드라마 ‘스카이캐슬’ 23.8%를 뛰어넘어 역대 종편 및 케이블 전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그러다 7회에선 28.1%까지 치솟아 현재 방영 중인 모든 예능프로그램 중 최고시청률을 차지했다. 나아가 지난 3년 동안 지상파와 케이블 통틀어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정규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여기서 끝도 아니다. 최종회에선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지 예상조차 힘들다.
이 같은 ‘문화현상’ 주원인은 대개 하나로 지목되곤 한다. 인구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 시점에 꼭 맞는 기획이었단 것이다. 물론 아예 틀린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기엔 다른 지표들이 눈에 띈다. 예컨대 2549 시청률 지표가 있다. 구매력이 높아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25~49세 연령층 내 시청률을 가리킨다. 그런데 ‘미스터트롯’은 여기서도 9.0% 시청률을 기록하며 충격을 안겨줬다. 웬만한 케이블 인기예능프로그램 2~3배 수치가 나온 셈이다. 또 다른 지표도 있다. 전국 케이블TV 가입자 대상으로 집계하는 ‘영화/방송 VOD 순위’다. 여기서도 ‘미스터트롯’은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VOD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 주로 찾아 시청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 같은 지표들이 알려주는 현실은 단순하다. 트로트는 그간 고정관념처럼 ‘노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이다. 실제론 거의 전 세대 걸쳐 팬층이 고르게 분포된 장르라는 것. 낯선 얘기긴 하지만, 잠시만 상황을 되짚어 봐도 이해가 어렵진 않다. 예컨대 현 40대만 해도 1980년대 중반 주현미, 조용필 ‘허공’ 등과 함께 유소년기를 보낸 세대다. 그로부터 10여 년 간 ‘트로트 2차 붐’이 이뤄졌다. 김국환, 김정수, 문주란, 김수희 등이 이때 등장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럼 사실상 30대 추억에도 깊숙이 자리 잡은 장르인 셈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TV조선
또 있다. 트로트는 한국의 열렬한 노래방 문화에서도 빠지지 않는 스테디셀러다. 20대부터도 트로트 애창곡 한둘쯤은 꼭 갖고 있다. 이처럼 ‘보이지 않던’ 인기를 대변하듯, 2018년 부산대 축제에 초대됐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공연동영상은 한동안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 열기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김연자 본인 역시 이에 감탄한 듯 반년 뒤 다시 부산대 축제를 찾기도 했다.
좀 더 생각해보면 더 흥미로운 지점도 나온다. 그럼 지금 트로트 주 소비층으로 인식되는 60대 이상 노년층은 과연 ‘트로트 세대’가 맞느냐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트윈폴리오 등으로 시작됐던 젊은 층 포크 붐은 1970년대 중후반 절정을 맞았다. 제1회 대학가요제에서 샌드페블즈 ‘나 어떡해’가 대상을 받았던 1977년 즈음이면 사실상 포크가 이미 메인스트림 젊은 층 문화를 ‘점령’했던 시기다. 그런데 이 해 20세 청년이 지금 63세다. 포크 태동기부터 생각해보면 현 70대까지 ‘포크 세대’라 볼만도 하다. 물론 그때도 트로트가 메인스트림 장르긴 했지만, 최소한도 젊은 층 내에선 확실히 도태되고 있던 시기다.
결론은 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트로트는 사실상 세대 불문하고 한국인 정서 어딘가와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마는 장르란 것. 포크 세대건 서태지 세대건 방탄소년단 세대건, 늘 일정수준 이상 팬층을 확보하게 되는 스테디 장르로 볼만 하단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트가 지난 사반세기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건, 장르 자체가 퇴조했다기보다 그를 담아내는 ‘틀’이 문제였다고 해석해볼 수 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TV조선
트로트 장르 진화가 멈춘 시기는 대략 1990년대 중후반,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점부터로 볼 수 있다. 일단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서부터 밀려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경제 불황 여파로 방송사들 역시 몸살을 앓으며, 화제성 높고 반응이 격렬한 젊은 층 유행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H.O.T. 등을 위시로 한 1세대 아이돌 붐이 시작됐다. 트로트는 점차 프라임타임에서 밀려나 ‘트로트 전용 프로그램’으로 게토화됐다.
이러면 어떤 일이 생길까. 장르 이노베이션이 멈추고 기본적 세대교체조차도 실패해버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체된 장르 씬은 아직 대중성을 확보하던 때 기존스타들이 장기 집권하는 체제로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 등 미디어 생리부터가 그렇다. 이미 ‘아는 얼굴’이나 모시기 급급하지 새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낼 공간까지 마련하긴 어렵다.
그나마 여성가수 쪽은 특유의 대중성을 업고 장윤정, 홍진영 등 가뭄에 콩 나듯 신세대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남성가수 쪽은 사실상 송대관-설운도-태진아 세대에서 사반세기 동안 멈춰있었단 표현이 맞다. 박현빈 정도가 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렇게 미디어가 외면하니 장르가 정체되고, 장르가 정체되니 세대교체 등 이노베이션이 안 되며, 이노베이션이 안 되니 거기서 장르가 더 침체돼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그게 ‘미스트롯’ 직전까지 트로트 현실이었다. 그러다 트로트를 담아낼 ‘틀’이 바뀌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TV조선
시작은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다. 2016년 7월 KBS ‘열린음악회’ 출연 당시 인기보이그룹 엑소와 함께 출연하는 통에 엑소를 보려던 젊은 시청자들에 노출, 즉시 화제가 모았다. 그렇게 SNS 상에서 컬트적 인기를 끌다, 다음해인 2017년 5월 MBC 대표예능 ‘무한도전’에 김연자가 직접 출연해 노래하면서 비로소 전 국민적 화제로 거듭났다. ‘트로트 전용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청층을 지닌 인기프로그램을 타자마자 바로 반응이 온 셈이다.
그리고 2019년 ‘미스트롯’이 등장했다. 그간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경연경쟁형식으로 이목을 잡아끌었다. 지긋한 중노년 사회자가 점잖게 소개해 부르던 패턴에서 벗어나, 보다 재치 있고 감각적인 ‘젊은 틀’을 씌우자 반응이 폭발했다. 그 화제성 덕에 시즌2 ‘미스터트롯’은 시작부터 전 세대가 몰려드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난 순서다.
‘아모르파티’는 해프닝에 가까운 과정을 거쳐 메인스트림에서 받아들여진 특이한 경우지만, ‘미스/미스터트롯’은 경우가 좀 다르다. 장르 ‘현실’이 아니라 그 ‘잠재력’을 확신하고 기획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범한 도박이 결국 ‘전체 예능프로그램 1위’란 어마어마한 성과로 돌아오고 있다. 동시에 트로트 자체의 부활과 이노베이션도 돕고 있으며, 나아가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 밀려 ‘죽어간다’고 아우성치던 기존 편성형 방송 운명까지 바꾸고 있다.
잘 만든 기획 하나가 이렇게 ‘모두를’ 살린다. 새삼 ‘대중 이 TV에서 멀어진 게 아니라 TV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것’이란 말이 와 닿는 대목이다. TV는 일단 ‘트로트’를 되찾으며 그간 여러 사정으로 소외됐던 대중에 한발 다가갔다. 그 다음 되찾아야 할 것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잃어버렸는지조차 인지 못하던 지점들에서. 대중문화계 이노베이션이란 바로 ‘그런 것들’을 하나둘 찾아나서는 과정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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