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흑백사진 장인이 담은 서울 풍경
펜티 사말라티 공근혜갤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는 '전통 흑백사진 장인'으로 불린다.
지금도 선명한 대형 디지털 컬러 사진이 아니라 25×30㎝ 크기 작은 흑백사진을 고집하며 수작업을 한다. 화학 약품 냄새 진한 헬싱키 암실에서 직접 인화 작업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작가지만 여전히 "사진은 취미"라며 아마추어라고 우긴다. 갤러리들은 늘 세계 각지로 여행하며 촬영에만 몰두하는 그와 연락하려고 애를 먹는다. 그는 작품 가격에도 관심이 없고, 가격을 올리는 것도 거부한다. 작품 가격이 100만∼300만원 안팎으로 명성에 비해 낮은 이유다.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그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 '비욘드 더 윈드'가 개막했다.
핀란드와 러시아,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아이슬란드 등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사이로 도드라지는 한 점이 눈에 띈다.
석양이 비치는 가운데 까치 한 마리가 비행하며 화면을 가로지른다. 소나무 가지에는 두 마리가 마주 보고 앉았다.
작가가 첫 개인전이 열린 4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작품 '서울'이다. 갤러리 바로 옆 청와대 담장을 따라 자란 소나무와 까치다. 날아가는 까치는 마치 시간을 멈춘 듯 날개 깃털까지 섬세하게 잡아냈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핀란드에서 온 흑백사진 장인의 눈길과 손길이 닿아 작품이 됐다.
올해 70세인 작가가 발표한 작품 중 지금까지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다. 작가는 건강 문제로 이번 개인전에 맞춰서는 한국에 오지 못했다.
다음 달 2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 20여점과 최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대부분 작품 주인공은 개와 새 등 동물이다. 표정과 동작이 살아있는 동물들은 허투루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 보인다. 동화 속 한장면처럼 상상력을 자극한다.
모든 장면은 연출하지 않고 작가가 예술가의 직감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포착해낸 것이다. 그렇게 완성한 사진은 그림보다 더 그림같이 느껴진다. 흑백이지만 더 컬러풀하게 다가온다.
1971년 첫 개인전을 연 펜티 사말라티는 네 차례에 걸쳐 핀란드 국립사진상을 받았다.
India Delhi 1999 ⓒ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제공]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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