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좌석 젖히기, 앞좌석의 권리일까 뒷좌석에 민폐일까
비행기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은 앞좌석 승객의 권리일까, 뒷좌석 승객의 공간을 빼앗는 민폐일까.
한 미국여성이 비행기 좌석을 젖혔다가 겪은 상황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 ‘답 없는 논쟁’이 다시 가열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웬디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여성은 지난 9일 트위터에 기내에서 찍은 영상을 올리면서 “내가 의자를 젖히자 그(뒷자리 남성)는 화가 나서 9번 정도 ‘세게’ 등받이를 쳤고, 이 상황을 영상으로 찍는 것을 보고서야 멈췄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서 뒷자리 승객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주먹으로 앞좌석 등받이를 리듬을 타듯 여러 차례 민다. 앞좌석 승객의 뒷통수에 대고 뭔가를 중얼거리는 모습도 보이다.
승무원의 반응은 그러나 윌리엄스의 기대를 벗어났다. 그녀를 나무란 뒤 뒷자리 승객에게 무료로 술을 갖다줬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는 공격당했고, 상대는 그로 인해 무료 음료라는 보상을 받았다는 건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 상황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으로 가는 아메리칸항공(AA) 항공기 안에서 벌어졌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80분이었다. AA항공 측은 성명을 통해 기내에서 벌어진 “고객 불만사항을 알고 있다”고 밝혔고, 해당 비행기 운항을 맡은 지역항공사 측은 해당 상황을 검토 중이라며 “고객들이 서로 배려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이·착륙과 식사시간에만 등받이를 똑바로 세우게 할 뿐, 나머지 시간에는 좌석에 대해 강제하지 않는다. 승객 간에 좌석 문제로 갈등을 생기면, 둘 중 한 승객을 남는 좌석으로 옮겨주거나 양측의 양해를 구하는 선에서 끝난다.
온라인 상에서 해당 영상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좌석을 젖히는 건 다른 승객의 공간을 침범하는 이기적이고 지각없는 행동이다” “10시간 넘는 장거리도 아니고, 단거리 비행 중 좌석을 젖힐 이유가 무엇인가” 라고 윌리엄스를 비난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좌석이 젖힐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왜 문제인가” “키가 큰 사람은 추가금액을 내고 간격이 넓은 자리에 앉는 게 옳다”라며 윌리엄스를 지지했다.
“둘 다 잘못이다. 뒷사람 의견을 묻고 젖혀라”라는 의견에는 “그런 걸 묻는 사람 한번도 못 봤다”는 반박도 나왔다.
사실 잘못은 항공사에도 있다. 좌석의 공간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좌석 등받이로 인한 불편이 가중된 건 수익성 향상을 위해 항공사들이 앞다퉈 이코노미 좌석 간격을 줄이면서부터다. 특히 미국 대형항공사들은 일찌감치 이코노미 좌석보다 다소 넓고 서비스를 추가한 ‘이코노미 플러스’ ‘이코노미 컴포트’ 등을 앞다퉈 도입했다. 덕분에 일반 이코노미 좌석은 더 좁아졌고, 몇 년 전에는 뒷좌석 승객이 앞좌석 등받이를 못 젖히게 하는 장치를 몰래 설치했다가 싸움이 붙어 항공기가 비상착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등받이 논쟁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영국의 저가항공사 이지젯이나 라이언에어는 좌석간격을 좁힌 것은 물론 등받이도 고정했다. 지난 2018년에는 대형항공사인 영국항공(BA)도 단거리용 비행기에 등받이 고정 좌석 도입을 발표하면서 “새 좌석은 견고하며, 가벼워서 기체 무게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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