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금지? 우린 집합불가인데…" 3차 지원금에 여행사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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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 우린 집합불가인데…" 3차 지원금에 여행사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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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 포함안된 여행업종은 버팀목 지원금 100만원만…'개점휴업' 지속에 영세 여행사 막막]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투어 대리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이번에도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업종으로 되는걸까요, 참 암담합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 영세 여행사 대표가 올린 글이다. 이 청원인은 "사업장을 폐업하진 않았으나 사무실에 가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월세와 관리비는 달마다 꾸준히 나가고 있다"며 "여행사는 집합금지 업종도, 영업제한 업종도 아니라 하는데, 매출 99% 급감조차도 부러운 마이너스 상황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코로나19(COVID-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행업 종사자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차등지원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집합불가' 업종이 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여전히 일반업종으로 분류되는 등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단 것이다. 

일반업종 여행사 "우린 '집합불가' 업종"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3차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4조 1천억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 소득안정자금 등으로 구성됐다. /사진=뉴시스앞서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이 중 핵심은 4조1000억원이 투입돼 오는 11일부터 개시되는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합금지·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각각 300만원, 200만원씩 지급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국내 중소·영세 여행사들은 이번 재난지원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 2차 재난지원에 이어 이번에도 여행업은 집합금지·제한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업종으로 분류된 영세 여행사들은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4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일 경우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집합금지 업종이 200만원을 받았던 2차 재난지원금 때보다도 100만원 더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정부의 버팀목자금 기준은 꽤 명확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문을 닫거나 영업에 차질을 빚은 업종이 대상이란 것이다. 실내체육시설과 유흥업소, 노래연습장 등이나 식당·카페, 미용, PC방 등이 대상이다. 여기에 연말연시특별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과 부대업체, 숙박시설 등이 포함됐다. 여행사는 영업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라 포함이 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행사들은 여행업이 '집합금지'를 넘어서 집합 자체가 불가한 업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제한을 걸진 않았지만, 입국 시 자가격리 2주 규제나 국내외 '여행자제' 메시지로 사실상 집합금지 업종과 사정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제한 규제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연말엔 5인 이상 여행도 금지됐다"며 "방역조치로 사실상 영업에 제한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출·빚·임대료 가망이 없다

지난 6일 영세 여행사 사업주가 올린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그만큼 여행사들의 사정은 심각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산업 자체가 존폐기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여행교류가 막히며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패키지(PKG) 여행 축이 무너졌고, 궁여지책으로 눈길을 돌린 국내 여행(인트라바운드)도 겨울철 코로나 대확산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여행업 매출 피해는 5조원이 넘는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국내 230여개 업종 가운데 코로나19로 매출 감소가 가장 큰 업종은 여행사였다.

특히 국내 여행산업 구조가 대형 홀세일 여행사들이 여행상품을 만들면 오프라인 대리점 등의 형태로 영세 여행사들이 유통시킨다는 점에서 피해가 컸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업체들이 사실상 겨울잠 상태에 들어간 만큼, 일선 여행사들도 1년째 '개점휴업'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상업지구나 주거지 인근 상가에 위치한 하나투어 등의 간판을 단 여행사 사무실이 수 개월째 불이 꺼져있는 상태다.

현재 대다수 영세 여행사 사업주들은 임대료, 4대보험 등 각종 비용 부담으로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폐업도 어렵다. 정부로부터 받은 융자를 갚아야만 폐업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는 2만여 개가 넘지만 코로나19에도 폐업한 곳은 10% 남짓에 불과한 이유다. 현재 생존해 있는 소규모 여행사들은 사실상 직원도, 영업활동도 전무한 좀비 상태에 가깝다. 서울 서초구의 한 영세 여행사 대표는 "매출은 없는데 빚과 임대료 부담만 없다"며 "집합금지된 헬스장같은 곳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선 여행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여행사 사업주들의 부담이 큰데 코로나 이후 산업이 회복할 수 있도록 고용지원금 확대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며 "현재 영세 중·소규모 여행사 공유오피스 제공이나 4대보험 지원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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