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감염 20만명’ 예측에 ‘아웃브레이크’ 먹구름 드리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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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감염 20만명’ 예측에 ‘아웃브레이크’ 먹구름 드리워지나

보헤미안 0 308 0 0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8년, 연합군의 일원으로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막사에서 독감에 걸린 병사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장에서 생기는 여느 질병처럼 여겨졌지만 곧 확산력과 살상력이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는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독감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사실상 전 세계를 아우르며 퍼졌다. 일제 치하였던 한반도에서도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전 세계 사망자는 단 2년 동안 최대 5000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의학계는 이런 상황을 특정 질병이 폭풍 몰아치듯 확산한다고 해 ‘아웃브레이크(Outbreak·감염병 대유행)’라고 부른다. 바로 ‘스페인 독감’ 얘기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한 20세기 초반의 기초의학과 치료 기술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낙후돼 있었다. 당시 병원에선 난생처음 보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의료 수준이 높아져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성질을 바꾸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바이러스로 인한 모든 질병을 예측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최근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의 질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해외 과학계에선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 시작한다.

일부 연구팀, 수학적 추산치 주장

중 정부 집계 ‘1만명 수준’과 차이


과학 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주 홍콩대 의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를 이끄는 가브리엘 렁 교수와 일부 과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주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20만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집계한 공식 감염자가 1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연구진이 제시한 감염자 수는 공식 집계가 아니라 실제 감염자 수를 추산한 것이다. 렁 교수는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25일 수학적인 모델링을 통해 발병자 숫자가 2만5000명가량이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의 분석이 맞다면 환자 증가세가 가히 폭발적이라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진단 시약 수급 때문에 감염이 됐는데도 보건당국에 확인이 안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20만명 감염’이라는 분석의 신빙성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연구진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제학술지 ‘NEJM’ 제공

최근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린 중국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의 감염 능력은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2.2명에게 병을 옮기는 수준이다. 2002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감염 능력이 평균 3명이라는 점을 볼 때 다소 낮은 수치다.

치사율 2.3%…사스보다 낮지만

연구팀선 “최대 14% 이를 수도”


현재까지 파악된 치사율도 신종 코로나가 사스보다 낮다. 사스의 치사율은 11%였는데, 신종 코로나는 2.3%이다. 하지만 렁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금은 치사율을 정확히 집계하기에 부적절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감염된 사람의 96%가 ‘사망’ 또는 ‘회복’이라는 결론에 이르지 않고 아직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렁 교수팀이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이 최대 14%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사스의 치사율을 넘는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도 1월31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국가들(갈색 표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과 북미에 걸쳐 감염 사례가 나타나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 :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현재 중국 당국이 펴고 있는 이동 금지령의 효용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온다. 사람들의 발을 묶는 것으로 확산세를 저지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역시 감염자 숫자가 중국 정부의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분석에 기초한 얘기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대의 전염병 학자인 닐 퍼거슨 교수는 지난달 26일 가디언 인터뷰에서 “10만명가량의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확산 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의 이동 금지령 자체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계 또는 생존을 위해 도시 간 이동이 불가피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당국의 허가가 안 나오는 상황에서는 ‘은밀한 이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밀한 이동을 감행한 사람 가운데 일부가 신종 코로나 증세를 보인다면 처벌이나 비난이 두려워 선뜻 병원에 가거나 발병 사실을 신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는 ‘그림자 감염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계에선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보건당국이 지난해 12월 감염자에게서 얻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빠르게 공개해 전 세계 보건당국이 신속한 진단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유전자 염기 서열은 백신 개발 등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자료도 된다.

중, 희망 섞인 전망 제시하지만

진실 확인 때까진 시간 걸릴 듯


중국 정부는 현재 감염자가 10만명이 넘는다는 식의 전망은 모두 터무니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어렵지만 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달 초순에는 확산세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아웃브레이크’ 상황을 우려하는 해외 과학계의 진단과 중국 정부의 희망 섞인 전망 사이에서 무엇이 진실이 될지 확인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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