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객기 격추에 반정부 시위 '역풍'... 부추기는 미국

이란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가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모여 여객기 격추 피해자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이란 정부가 여객기 격추를 은폐했다고 비판하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여객기 격추 피해자의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고 슬퍼진다"라며 "이란 정부가 사흘이나 진실을 덮으면서 유가족의 고통을 더욱 악화시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란 정부와 국영 언론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여객기 격추를 숨겼다가 상황이 바뀌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했다"라며 "최고지도자는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엄격한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를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최대 2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다. 

테헤란에서는 전날에도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이 배치됐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7일 이란 상공에서는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우크라이나항공(UIA) 소속 보잉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전원 사망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여객기가 당시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던 이란 미사일에 격추당해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란 정부는 이를 극구 부인하다가 사흘 만에 인정했다.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사살에 보복하려던 이란은 여객기 격추와 반정부 시위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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