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0년 1월18일 사법 60년 ‘화제의 재판’
10년 전 오늘 경향신문 사회면에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역사 속의 사법부>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책자에는 1949년 사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화제의 재판들’이 시대순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60년간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변천해온 시대상이 오롯이 녹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된 것은 1970년 서울민사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이었습니다. “통화도 안 됐는데 공중전화기가 5원을 삼켜버렸으니 국가가 배상하라.” 공중전화기는 공공의 목적에 따라 설치된 것으로, 동전이 나오지 않은 것은 전화기 관리나 설치의 하자에 해당한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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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이후에는 ‘햇빛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손해배상이 등장했습니다. 고층 아파트가 늘면서 이웃 건물로 인한 일조권 침해에 대해 집단소송이 몰려들었습니다. 법원은 처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각했으나, 1999년에는 “동지일을 기준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 중 연속 2시간 이상 일조권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를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계)로 정해 배상 판결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90년대엔 예전보다 늘어나기 시작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일명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을 시작으로 성희롱이 소송 대상으로, 또 사회문제로 빈번하게 등장했습니다. 법원은 서울대의 한 교수가 자신의 여성 조교를 성희롱한 이 사건에서 “가해자의 행동은 성적인 동기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곧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의무화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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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엔 어떤 판결이 새롭게 등장했을까요. 1997년 국제통화기금(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선 비정규직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원청 사업주의 도급(외주화) 흐름이 확대되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규모가 빠르게 커졌습니다. 하지만 형식만 도급일 뿐 실질은 파견에 해당한다는 위장도급(불법파견) 판결이 잇달았습니다. 특히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등 완성차 업체의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은 불법파견이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
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