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먹고 파리 공항 검역 피한 中 관광객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가 중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 23일 인천공항 고정 검역대에서 직원들이 열화상 모니터를 보고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武漢) 폐렴이 시작된 중국 우한에서 한 중국인이 해열제를 먹고 공항 검역을 피해 프랑스 리옹으로 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비판이 커지자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이 해당 자국민을 찾아 검사를 받게 하고 문제가 없다고 설명까지 했다. 하지만 중국 내 검역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거나 의심 증상이 있는 개개인도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하다.
영국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인 여성 A씨가 출국 직전에 기침과 고열 증상이 있어서 약을 먹고 중국 공항을 통과해 프랑스로 입국한 사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중국 SNS 위챗을 통해 파리에서 약 400㎞가량 떨어진 리옹에 있는 고급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우한 출국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게시글에는 “(우한을) 떠나기 직전 기침과 열 증상을 느끼고 무서워서 바로 약을 먹으며 체온을 측정했고 운 좋게도 열이 떨어져 출국 과정이 순조로웠다”고 적혀있다. 이와 함께 여행 관련 사진과 함께 “마침내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등의 글도 올렸다.
A씨의 글이 퍼지면서 의심 증상에도 해열제를 먹고 출국한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이날 중국 대사관은 “A씨와 전날 저녁 연락이 닿아 자체적으로 프랑스 응급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게 했다”면서 “현재 A씨의 체온은 정상이고 열과 기침 증상도 없어 추가 검사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또 자국민에게 공항 검역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중국은 전날 우한 봉쇄령을 내린 데 이어 인근 7개 도시도 여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대처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미 빠져나갈 사람들은 우한시를 떠난 이후에 봉쇄 조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A씨 출국 당시에도 공항 검역만 강화된 상태였다.
우한 폐렴은 대다수 중국 안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춘제(春節ㆍ설)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세계 각국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도 춘제 기간 10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돼 인천, 제주공항 등의 방역 수준을 한층 높였다. 하지만 최대 14일까지 잠복기가 있을 수 있어 100% 차단을 장담하긴 어렵다. 이날 일본에서 발생한 추가 감염자도 우한에 사는 40대 남성으로 입국 전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병원에서 폐렴 진단이 나오지 않아 일본으로 왔고, 결국 일본 병원에서 뒤늦게 확진을 받아 입원했다. 유럽에서는 아직까지 확진자가 발생하진 않았고, 중화권 외에 확진자는 태국(4명), 일본(2명), 한국(2명), 베트남(2명), 미국(1명), 싱가포르(1명) 등 총 12명이다.
이날 오후 3시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사망자는 26명, 확진자는 868명이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대규모 축제를 취소했고 자금성과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춘제 연휴를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은 문을 닫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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