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조카에게 "뭐 먹고 살 거냐" 묻기 전에,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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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조카에게 "뭐 먹고 살 거냐" 묻기 전에, 이 책을

마법사 0 311 0 0

주변에 취직(혹은 이직)을 준비하거나 이미 회사를 다니는 20대 또래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 중에 꽤 많은 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는 게 당연해지는 삶을 살게 된다.

아무리 '평생직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지만, 안정된 직장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분명 개인에게 청신호는 아니다. 그렇다면 20대 혹은 30대는 왜 퇴사를 하거나 하려고 결심하는 걸까? 일단, 이 궁금증에 대해 답을 하려고 치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중년도 퇴사를 하는데 왜 하필이면 청년세대의 퇴사에 집중하는가?'

쉽게 소진 '당하는' 청년들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
ⓒ 바틀비


문화연구자 천주희 역시 청년퇴사에 대해 연구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똑같은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책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는 서문에서 청년퇴사에 주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가 청년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지 청년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세대가 더 힘들고 덜 힘든지 논쟁해서는 퇴사라는 현상을 풀어가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일터에 가장 나중에 진입한 사람의 입장에서, 즉 청년의 관점에서 일터를 바라보고 퇴사의 의미를 찾다보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놓여 있는 상황과 일터의 풍경이 그려질 것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청년에 주목한 것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과 2장에서는 취업을 위해 아등바등해서 취업에 성공했는데, 처음에 가졌던 환상이 어떻게 처참하게 깨지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3장과 4장은 그렇게 소진된 청년들이 고른 선택지로서의 '퇴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은 괜찮은 직장이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책에서 설명하는 '보통 대학생'의 삶의 경로는 이러하다. 동아리 활동, 공모전 준비, 어학 연수와 토익 공부.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경로를 따라 삶을 기획했다. 하지만 이 경로를 따라가는 모든 사람들이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만난 인터뷰이들 모두 비슷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했건, 대학을 졸업했건 몇 년의 시간을 쉴 틈 없이 취업을 위해 달려야 했지만, 그렇게 살았다고 해서 취업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불안한 취업준비생의 위치에서 벗어나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어떨까? 첫 직장에 들어간 이들에게는 체계적인 직무교육이 주어져야 하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윤혜영(20세) 씨와 정인아(20세) 씨는 10대 후반에 취직을 했다. 혜영 씨는 세무법인 세무대리인으로, 인아 씨는 반도체 2차 벤더사의 설계팀 사원으로 들어갔다. 혜영 씨는 일감을 부여받으면,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찾거나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물어봐야 했다. 특히 세금 신고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지시받는데, 혜영 씨는 자신이 버튼을 누르더라도 그 버튼을 왜 조심해야 하고, 어떤 원리에 의해 진행되는지 전체 프로세스를 배우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는 제공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이란 "잘못하지 말아야 하는 것" 이상으로 확장하기 어려웠다. 


인아씨는 면접 때 희망 부서로 영업팀을 꼽았으나 설계팀으로 배치되었다. 설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직무교육은 곧 퇴사하는 전임자에게 받은 인수인계가 전부였다고 한다. 업무분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20일 출근이면 20일 모두 야근을 했다"고. 이렇듯 저자가 만나본 인터뷰이들은 첫 직장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통해 업무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소진' 당하는 청년들은 무슨 선택을 할까. 책에서 인용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장 가능성이 차단되었다고 느낄 때'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고 한다. 사회가 점점 저성장 기조로 들어서는 것도 원인이지만, "조직 내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이나 의사소통, 결정 과정 등에서 변화 가능성이 차단"되었다고 느끼면 퇴사를 고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의 또 다른 이름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닐까. 2019년 7월에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것을 감안하면, 이것이 '문제'라고 여겨진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내쫓기도 한다. (중략) 그러나 그동안 한국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은폐되어왔다. 연구 참여자들도 직접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언급한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사건은 많았다. 그것이 괴롭힘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본인 탓으로 돌리거나 개인의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권소희(29세) 씨는 팀장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았다. 팀장은 기안서 승인을 미루면서 계속 수정을 요구하거나, 업무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퇴사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가능할까
 

 저자가 만난 청년들은 ‘한국식 회사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했고, 그래서 퇴사하게 되었다.
Pixabay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 보자. 저자가 만난 청년들은 '한국식 회사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했고, 그래서 퇴사하게 되었다. 회사의 상사들이 베풀었던 '호의'는 호의가 되지 못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왜 나의 호의가 청년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지, 그것은 왜 애정이 아니고 폭력이 되는지" 사려 깊은 고민을 하지 못했다.
 
저자는 말한다. 어떤 사회에서 퇴사자가 늘어나고 있다면, 역으로 그 사회에서 노동자를 어떻게 길러내고,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것이라고. 왜 취업을 제때 못하는지, 간신히 들어간 첫 직장에서 왜 나오려고 하는지,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면 우리 사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상황에 대해 조금은 더 궁금해 하고 들어봐 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은 기획되었다. 그렇다면 이에 응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퇴사한다거나, 퇴사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앞으로 뭐 먹고 살 거냐", "무슨 일이 있어서 그만뒀냐", "계획은 있냐", "결혼은 어떡할 거냐" 등의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들은 퇴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불안감과 두려움을 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다시 집중할 것을 찾는다. (중략) 퇴사 이후 니트로 유입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들은 표류 상태에 있다고 느꼈다. 표류 상태에 놓인 개인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이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제한되는 것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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