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2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질병 관련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한유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과 중국인을 향한 거부감도 바이러스만큼이나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영상과 뜬소문이 퍼지면서 혐중(嫌中) 정서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간에서는 '구호가 최우선'이라며 중국에 마스크와 방호복 등 물품을 기부하는 활동이 한창이다. 개인 자격으로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고 있는 한 사업가는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지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에 동참한 사람들은 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발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무차별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결국 한국 상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모아 강조했다. 현지에서 필요한 도움에 신속하게 응답해서 바이러스 위기를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한국에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가 허경씨(34)는 28일 중국인 아내 장샤샤(31)와 함께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1만여개의 마스크를 보냈다. 그는 마스크 사재기와 사기 등 원활한 마스크 수급이 어려운 현지 상황을 알게 된 이후 기부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주변 마트와 약국에서 구매하거나 인터넷 주문을 하는 방법으로 마스크를 구해 보냈다"며 "1만개를 보내고 추가로 2만개 이상 주문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가 허경씨(34)는 중국인 아내 장샤샤(31)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마스크를 기부하고 있다. 사진은 허씨 부부가 준비한 마스크들(허씨 페이스북 갈무리) 2020.1.29/뉴스1

다만 허씨는 국내에서도 마스크를 원활하게 사들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마스크 가격이 올라가고 있어서, 주문을 넣었는데도 그새 가격이 올라 회사의 요청으로 주문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사비로 시작했지만, 아내를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 분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싶다고 뜻을 밝혀 그분들이 보내주시는 금액으로 마스크를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씨 부부는 인천 지역에 있는 중국계 택배회사를 통해 물품을 보내고 있다. 그는 "중국인 혐오가 있는 것 같지만 한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기부에 나서고 있다"며 "상황이 절망적인데,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한시에서 한 병원당 방호복이 최소 2000벌씩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대량으로 주문이 가능한 공장이 있다면 기부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 현지에서 마스크 진열대가 텅 비어 있는 모습(허씨 페이스북 갈무리).2020.1.29/뉴스1

중국유학 한국총교우회는 오는 30~31일 출발하는 정부 지원 전세기에 민간에서 기부받은 마스크를 실어 보낼 예정이다. 최윤선 교우회 부회장은 "설 전날인 지난 24일 저녁 우한대 동문회에서 'SOS'가 왔다"며 "미국·홍콩 등 세계 각지에 있는 우한대 동문들이 '인접한 국가에서 물품을 먼저 보내주면 대금은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해 방호복과 마스크를 서둘러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에 따르면 교우회에서는 의료용 마스크 2만5000개를 우선 정부 전세기에 실어 보낼 예정이다. 이밖에 우한대 동문회를 통해 전달받은 지원금으로 방호복 20만벌도 순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경영연구소에서도 지난 27일 마스크와 방호복 등 구호용품을 보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박승찬 연구소 소장은 "개인과 회원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를 해서 하루 만에 마스크 1만5000개 분량의 금액이 모였다"며 "정부 전세기나 중국 대사관을 통해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도 "개당 300~400원 하던 마스크가 700~800원까지 올랐고 물량도 기다려야 해서 수급이 쉽지 않았다"며 한국에서도 마스크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토로했다.

중국유학 한국총교우회가 정부 지원 전세기에 실어 보낼 마스크 등 구호물품이 집하장에 들어가 있다.(교우회 측 제공).2020.1.29/뉴스1

이밖에 한중교류촉진위원회에서는 한 회원이 최근 방호복 1만2000벌과 보호경 800개 및 마스크 1만5000개 등 구호품을 우한으로 보냈다. 이창호 위원회 위원장은 "이 같은 기부활동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얼어붙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고, 중국인 개개인이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은 오랫동안 교류한 이웃국가이자 앞으로도 교류를 이어갈 곳"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마스크와 의료장비 등은 우리가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제안했다.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