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유료전환 논란…방통위 "위법" vs 구글 "관행"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무료체험 후 자동 유료전환에 대해 법 위반행위로 판단, 과징금 8억6천700만원과 시정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구글 측은 일종의 '관행'이었다며 이에 반발하고 있다. 향후 페이스북 불복 사례와 같은 잡음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는 22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4차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로 판단,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8억6천700만원 부과를 의결했다.
이번 제재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무료체험 후 자동 유료전환 및 결제취소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 상황 조사에 따른 조치다. 방통위는 이용자 해지 권한 제한과 이용계약 체결시 중요사항 미고지 등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고 보고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다만, 행정처분에 앞서 이뤄진 소명자리에서 전규형 구글코리아 변호사, 구글 측 법률대리인인 양대권, 노태영 김앤장 변호사는 구독경제 업계 관행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고지로 볼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시정조치와 같은 법령 근거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
구글 측 법률대리인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요건, 최근 법원 판단 기준으로 들고 있는 이용자 저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 경쟁사 이해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용자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수 있는지 면밀히 봐달라"며, "(해당 내용과 관련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구글 측이 제재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지적한 만큼 향후 방통위의 과징금 제재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페이스북 사례와 같은 후폭풍이 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 가입의사 확인절차 미흡 vs 구독경제 업계 관행
이번 방통위와 구글 간 쟁점은 이용자의 가입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없이 이용계약을 체결했는지, 정당한 사유없이 이용계약의 해지를 제한했는지, 이용계약 체결시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 하지 않거나 미고지한 행위가 있었는 지 여부로 압축된다.
방통위는 이용자의 가입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없이 이용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유튜브 앱 설치 후 최초 실행 시 1개월 무료체험 클릭을 유도하는 팝업창이 나타나고, 이를 선택하면 유료서비스 가입이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무료체험 신청 때도 월별 청구금액과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화면이 나타나고, 이를 수락하면 계약이 일방적으로 종료된다는 것.
또 무료 체험기간 종료 뒤에도 멤버십이 자동 유지돼 취소할 때까지 매월 결제수단으로 멤버십 수수료가 청구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표시 역시 작은 글씨로 고지될 뿐 정확한 동의절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유료서비스 전환시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3일 전에야 구글 계정에 등록해 놓은 이메일 주소로 일방 통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내용 역시 결제금액이나 결제 시기, 결제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지 않고, 이용자가 별도 링크를 선택해 직접 확인해야 유료결제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구독경제 업계 관행으로 이용자가 무료체험이 끝나면 유료로 전환된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 측 법률대리인은 "가입자 첫 화면에 7천900원, 부가세 별도라 표기하고 있으며, 무료체험을 시작할 때도 절대 금액이 7천900원이고 오늘 결제 총액은 0원이라고 돼 있다"며 "이는 당시 무료체험 시작시이기에만 결제 총액이 없다는 것이며, 부가세 10%도 누구나 아는 명목으로 혼동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 해지 제한 vs 강행 규정 없다
방통위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신청일에 제공이 중단되지 않고 해당월 결제주기가 종료될 때까지 일방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선결제한 월 요금 중 미 이용 기간에 대한 일할환불을 제공하지 않는 것.
이에 대해서도 구글 측은 업계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월단위 정액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종 유사업계 관행으로 해지 권한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청약철회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신판매는 비대면거래여서 소비자가 실제로 상품을 보거나 경험할 수 없어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즉, 유료전환 이후 7일 이내 해지하면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
하지만 구글은 7일이라는 시간을 주는 게 아니라 무료체험을 통해 한달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청약철회 규정을 초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맞섰다.
즉, 무료체험 시작 시점을 청약철회 시작점으로 볼지, 유료전환 이후를 볼 지를 놓고 양 측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것. 다만 구글 측 주장은 한달간 무료체험을 하고 7일이 지나면, 유료전환 시 한달의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뜻이어서 사실상 유료전환시 환불 방법이 없어지는 셈이다.
구글은 단순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이 오프라인 다운로드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29일간 볼 수 있게 해뒀기 때문이다.
즉, 구글은 이 항목을 이용자가 편법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료체험 기간 종료 바로 직적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 인터넷 접속이 불가한 디바이스에서 이를 29일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할환불을 할 수 없다는 근거라는 뜻이다.
구글 측 대리인은 "온라인으로 연결되면 멤버십 조절이 가능하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기기에서 소비자가 이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이용계약 체결 시 중요사항 미고지 vs 일반 소비자는 부가세 추가 이해
방통위는 일반적 사회통념에 비춰 서비스 이용요금과 해지 제한, 일할환불 불가, 유료결제 후 청약철회 불가 규정이 중요사항인만큼 이용약관에 포함돼 있더라도 별도 고지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료체험 후 최초 결제화면에서도 부가세 표시를 생략하거나 청약철회 기간을 미고지하고, 일단위 환불불가 정책도 찾기 어렵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구글은 일바 소비자의 경우 부가세가 추가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서비스 취소 방법에 대해서도 가입초기 화면 제한사항에 링크를 통해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청약철회 역시 앞서 설명한대로 1개월 무료체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 측 대리인은 "가입화면에 고지한 내용이 평균적인 이용자라면 혼동하기 어렵다고 보며, 환불 제한 역시 업계 대부분 사업자가 행하고 있으며 관행상 설명고지가 없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그러나 방통위는 무료체험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를 유인한 점을 감안할 때 관련 내용은 중요 사항으로 상세 고지가 어렵더라도 청약철회 기간과 취소 환불 정책의 요지는 일반 이용자에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구글 측이 방통위 판단에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는 상태.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은 항상 사용자가 정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선택권과 정보 제공에 노력해 왔다"며 "현재 방통의 심의의결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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