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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희대의 금융사기로…당국 책임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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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금융사기로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사모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금융사기로 확대되고 있다. 펀드 운용 시 단순한 실수가 아닌 회사 측의 방만한 운용과 수익률 부풀리기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희대의 금융사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완전판매 주장이 제기되고 이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돼 금융권 전반의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금융위원회에 등록해 영업을 시작한 라임은 다른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수탁고를 늘리며 급속히 성장했다. 자기자본금 338억원으로 시작한 회사의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9000억원까지 불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9일 라임이 처음으로 62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환매 중단키로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처음 문제가 된 펀드는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들이었다. 라임은 같은 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2436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환매도 추가 중단하고, 총 환매 중단 금액이 1조3363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며칠 뒤 금융감독원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라임의 환매중단 규모 추정치가 1조5587억원으로 더 커졌다. 당시만 해도 라임 사태는 주로 코스닥시장의 침체에 따라 CB와 BW 등의 가치가 급락해 발생한 유동성 문제로 파악됐다. CB나 BW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제값을 받기 위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0월 국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에 관해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된 부분에서 라임자산운용이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15일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벌어진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 부사장 이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전 잠적하면서 의혹이 커지기 시작했다.

연말에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의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최소 6000만달러 규모의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라임은 6000억원대 무역금융펀드의 40%가량을 IIG의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고, 금감원은 라임이 IIG의 문제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삼일회계법인의 펀드 회계 실사 초안에서는 채권 등 상당수 자산이 낮은 등급으로 분류돼 손실 규모가 40∼7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라임이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도 판매사들에 환매 중단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규모가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무역금융펀드처럼 투자 손실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판매사나 투자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숨기고 펀드를 팔았다면 명백한 사기가 된다. 또 라임의 펀드 운용 방식이 이렇게 불투명한데도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넓은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던 배경에도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라임이 기업사냥꾼들과 결탁해 코스닥기업의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자금을 대 부당이득을 챙기고 임직원용 펀드를 따로 굴렸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금감원은 라임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CB 편법거래 등 의혹이 제기되자 작년 8∼10월 첫 검사를 벌였지만, 검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임자산운용 사건은 우리나라 금융 역사의 희대의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이번 사태는 펀드 운용사 라임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펀드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와 금융당국 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라임 펀드는 코스닥시장 CB 등 유동성이 낮은 장기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이나 만기가 짧은 단기 폐쇄형 펀드로 개인들에게 집중적으로 팔았다는 점이 문제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형식은 사모펀드지만, 내용은 공모펀드처럼 금융 지식이 적은 개인 투자자에게 상당수 팔아 피해 범위가 커진 것이다.

특히 라임의 전체 펀드 판매잔액은 작년 7월 말 기준 우리은행이 1조648억원을 차지하는 등 은행권에 34.5%가 집중됐다. 투자자들 중에는 은행에서 해당 펀드가 손실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정적인 상품이라는 말에 속아 가입했다거나, 펀드 상품이라는 것조차 안내받지 않은 채 은행 예·적금 상품인 줄 알고 돈을 맡겼다는 식으로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불법 행위 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점이 큰 문제로 꼽힌다. 또 이런 사태가 나기까지 운용사,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태 발생 후 당국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볼 뿐 이렇다 할 대응이 없다는 것에 대한 원성이 크다.

실제로 금감원은 작년 10월 라임 사태가 터진 이후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태의 원인이나 배경, 대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또 수사당국은 라임 이모 부사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을 청구해 도주하도록 놔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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