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진모 씨(46)와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등 다수의 연예인이 휴대전화를 해킹당한 뒤 협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연예인 10여 명의 휴대전화 해킹 및 협박 피해 사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주 씨 등 배우와 아이돌 그룹 멤버, 영화감독, 유명 요리사 등이 해킹 및 협박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과 연예계 등에 따르면 해커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들의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해킹을 벌여왔다.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이나 영상, 문자메시지 등을 갈취한 뒤 이를 빌미로 당사자와 지인들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대가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요구했다. 한 아이돌은 협박에 못 이겨 거액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들은 주 씨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협박했다. 스마트폰 해킹을 알린 뒤 금품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 씨가 협상에 응하지 않자, 해커들은 그가 나눈 문자메시지 일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주 씨의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7일 입장문에서 “최근 주 씨의 개인 휴대전화가 해킹된 것을 확인했다”며 “사생활 침해 및 협박 등에 대해 어떠한 선처 없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도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연예인 휴대전화와 연동된 ‘클라우드’를 해킹해 정보를 빼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클라우드란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존재하는 일종의 온라인 저장 공간. 인터넷에 접속하면 어디서든 사진이나 문서를 확인하고 다운받을 수 있다. 일부 사용자는 관련 앱을 이용해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사진 등을 저장하기도 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불법으로 입수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클라우드에 똑같이 입력해 해킹하는 ‘크리덴셜 스터핑(
Credential Stuffing)’ 방식을 사용했거나, 피해자의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의 취약점을 찾아내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협박범이 한국말이 서툰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는 외국인 해커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특교기자
kootg@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