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우동 대신 빙과·쫄면…여름제품 한겨울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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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우동 대신 빙과·쫄면…여름제품 한겨울에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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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고온이 가져온 소비변화

스키보드장비 판매 18% 줄고
도심서 즐기는 킥보드 500%↑

따뜻한 국물 우동 15% 감소
빙과 매출은 두 배 이상 급증

방한용 장갑·모자 인기 시들
미세먼지에 마스크는 불티


30대 직장인 김씨는 새해마다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 가는 계획을 접었다. 스키는 추울 때 타야 제맛인데 올해는 영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춥지 않은 날씨에 도심에서도 즐길 수 있는 전동킥보드를 구매했다. 김씨는 "타기 쉽다 보니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용으로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올겨울 따뜻한 날씨로 롱패딩 대신 숏패딩·코트·플리스 등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취미·식품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소비 트렌드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흔히 겨울철 대표 제품의 인기가 꺾이고, 시즌을 역행하는 아이템이 속속 자리를 꿰차고 있다. 스노보드 대신 킥보드, 호빵 대신 빙과류 판매가 급증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상고온으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눈에 띄게 감지되는 부문은 바로 '레저 및 취미'다. 8일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12월 6일~1월 5일) 동안 보드장비·의류 등 겨울 스포츠 제품 판매는 줄고,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등은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스포츠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가량 감소하는 대신 도심형 모빌리티 제품은 500%까지 매출이 급증했다. 전통적으로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 잘 팔리는 제품이 겨울에 인기를 누리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내스포츠로 인기를 끄는 스케이트보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식품시장에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여름철 대표 먹을거리 아이스크림·빙수 등이 겨울철 대표 먹을거리인 호빵·우동 등을 위협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아이스크림·빙수 판매는 지난겨울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식품업계가 여름철 주력 제품으로 내놓는 쫄면 및 비빔국수 판매 역시 두 배 가까이 늘고 있다. 반면 겨울이면 따뜻한 국물로 추위를 달래주던 우동·칼국수 등은 울상이다. 이들 제품은 올해 판매가 지난해 대비 모두 10% 이상 줄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겨울에도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날 정도로 겨울 시즌이라고 해도 굳이 따뜻한 음식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가운데 겨울 이상기온으로 춥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얼음·아이스크림의 인기가 예년에 비해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이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겨울 날씨마저 따뜻해지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겨울 간식으로 인기를 끌던 호빵의 판매 증가율은 아이스컵 등 여름철 식품에 훨씬 못 미치는 분위기다. 호빵은 온라인 쇼핑몰 및 편의점 등에서 약 10% 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GS25의 최근 한 달(12월 1일~1월 5일) 동안 겨울 간식거리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호빵은 10.1%, 아이스컵은 65.3% 증가해 대비를 이뤘다. 같은 기간 CU 역시 호빵은 21.4%, 얼음은 39.9% 증가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근 겨울 날씨의 새로운 주기인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도 올겨울 소비 트렌드를 바꾸는 주인공이다. 공기청정기 및 미세먼지 마스크 등이 겨울철 필수 상품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올겨울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는 지난겨울 대비 220% 증가한 데 비해 방한용 마스크는 23% 줄었다.

삼한사미라고는 하지만 '삼한'마저도 춥지 않다 보니 방한용품을 찾는 이들도 확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따뜻한 겨울로 인해 최근엔 모자·장갑·마스크 등 방한 제품의 매출이 모두 줄어드는 양상"이라며 "일부 제품은 매출이 30% 이상 빠졌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편집몰 무신사스토어도 올겨울(2019년 11월 1일~2020년 1월 5일) 숏패딩과 코트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230%, 158% 늘었다. 특히 플리스 재킷은 250% 이상 증가하며 강세를 보였다. 플리스의 경우 지난해 9월보다 12월 판매량이 1.5배가량 높을 정도다. 이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예상보다 길어진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등록된 플리스 스타일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1월 초인 지금 봄옷은 벌써부터 인기다. 매년 이맘때면 일부 봄 시즌 제품을 선보이지만, 올해는 구매 고객이 예년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물산패션부문 구호의 재킷·팬츠·니트 등 봄 상품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판매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LF에 따르면 올겨울 롱패딩 판매는 줄어든 대신 코트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재 기자 / 심희진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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